혁신학교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기초학력미달 ‘심각’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경기교육청이 내년부터 운영될 신규 혁신학교 100개교를 지정, 대폭 확대한 가운데 교육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 장관인 김상곤 사회부총리가 처음 도입한 혁신학교는 문 대통령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확대를 예고했다. 민주적 학교운영으로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 지역의 혁신교육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운영실태에선 학력저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기교육청은 내년 3월1일부터 운영될 혁신학교 100개교의 신규지정과 기존 혁신학교 74개교의 재지정을 30일 발표했다. 신규 혁신학교는 초 54개교, 중 34개교(승계학교 1개교 포함), 고 11개교 등이며 재지정은 초 38개교, 중 24개교, 고 12개교 등이다. 2016년 41개교, 2017년 21개교에 불과했던 신규 혁신학교 지정은 올해 100개교로 대폭 확대됐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교육부 장관 자리에 오른 이후 혁신학교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신규지정된 혁신학교는 내년 3월1일부터 4년 간 민주적 학교운영 체제를 기반으로 윤리적 생활공동체와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형성,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해 지역의 혁신교육을 선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규 지정 100개교를 더해 경기지역 내 혁신학교는 총 541개교로 전체 초중고 2342개교의 23.1%로 확대된다. 신규 혁신학교 외에도 4년간 혁신학교를 운영한 학교의 종합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초 38개교, 중 24개교, 고 12개교 등 74개교를 재지정 혁신학교로 선정했다. 신규지정 100개교와 재지정 74개교는 내년 3월1일부터 2022년 2월28일까지 운영된다. 

신규 지정 학교 가운데 35개교는 연계형 혁신학교로 지정했다. 연계형 혁신학교는 동일 학교급 내 수평적 연계, 초중고 학교급간 수직적 연계, 학교와 마을의 연계 등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지역 내 학교 간 교육과정의 공동연구와 실천은 물론, 혁신교육의 가치를 지역과 함께 구현해 연속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교육청 학교정책과 안경애 과장은 “교육부의 혁신학교 확대 정책과 연계해 혁신교육의 경험과 가치를 모든 학교로 확신시켜 나갈 것”이라며 “학교자치와 학교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다양한 혁신학교 모델을 구현해 모든 학생들이 미래사회에서 요구하는 삶의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교육청이 올해 혁신학교 지정을 대폭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문재인 정부가 ‘혁신학교의 전국적 확대’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데 있다.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혁신학교교 확대로 혁신학교의 성과를 일반학교로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작 교육계에서는 ‘혁신학교의 성과’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16학년 고2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에 따르면 경기 혁신학교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국어 5.2%, 수학 10.1%, 영어 10.5%로 나타났다. 경기 내 전체학교의 기초학력미달 평균비율인 국어 3.4%, 수학 6.9%, 영어 6.8%보다 모두 높다. 기초학력 비율도 국어 14.8%(전체평균21.2%), 수학 29.3%(20.5%), 영어 15.8%(10.8%)로 학력저하가 뚜렷했다. 

경기교육청이 내년부터 운영될 신규 혁신학교 100개교를 지정, 대폭 확대한 가운데 교육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 장관인 김상곤 사회부총리가 처음 도입한 혁신학교는 문 대통령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확대를 예고했다. 민주적 학교운영으로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 지역의 혁신교육을 선도하겠단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운영실태에선 학력저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조희연 서울교육감, 어설픈 혁신학교 옹호로 뭇매>
이재정 경기교육감과 함께 혁신학교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지난 10월, 혁신학교 학력저하 문제를 옹호하려다 뭇매를 맞았다. 서울청은 교육청 국정감사 하루 전 두고 혁신학교 비판을 우려한 듯 보도계획에도 없던 ‘혁신고, 성적향상 정도 자율고보다 높아’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조 교육감의 지시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혁신학교에 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학업성취도 자아존중감 자기통제력 등이 높아졌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근거가 된 자료는 혁신고의 학업성취도를 자공고와 자사고를 합한 개념인 자율고와 비교하는 ‘꼼수’를 쓴 데다 자료 자체의 오류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여러 언론의 지탄을 받았다. 

서울교육청이 인용한 연구에 따르면 혁신학교는 국어 성취도가 2012년(중3) 550.43점에서 2014년(고2) 561.51점으로 11.075점 상승했고, 같은 기간 자율고가 557.32점에서 567.52점으로 10.198점 상승한 것보다 상승폭이 크다고 주장했다. 수학의 경우 혁신고는 같은 기간 541.11점에서 550.64점으로 9.528점 상승해, 자율고가 551.8점에서 557.07점으로 5.264점 상승한 것보다 더 많이 상승했다고 봤다.

교육청의 의견과 달리 교육계는 연구결과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오류가능성을 나타내는 유의확률 값이 국어/수학 각각 0.865와 0.587로 높았기 때문이다. 0과 1 사이에서 값이 높을 수록 오류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믿을만한 연구가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혁신학교 비교대상을 자율고로 설정해 ‘물타기’를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자율고는 자사고와 자공고를 합한 개념으로, 사실상 일반고에 해당하는 자공고가 다수 존재한다. 41개 자율고 중 자공고가 절반에 가까운 18개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자율고의 통계를 활용한 점이 특이했다. 그 동안 일반고 평균과의 비교도 모자라 자율고라는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통계수치를 들이댔다. 자율고 통계를 들이댄 이유는 아마 양극화로 성취도 평가가 극단으로 나뉘는 서울광역 자사고, 대부분 교육취약지구에 지정된 자공고의 실적이 합산되면서 나올 수 있는 착시효과를 노린 듯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혁신학교의 학력저하 문제를 새롭게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배화여고 금옥여고 효문고 잠일고 인헌고 휘봉고 신현고 독산고 선사고 삼각산고 등 서울 10개 혁신학교의 국영수 학업성취도를 분석해본 결과 서울고교 평균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2016년 7.6% 수준에 그쳤던 반면, 같은 기간 혁신학교는 16.9%에 달했다. 2014년부터 서울 고교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1%p 늘어나는 동안 혁신학교는 1.5%p 늘어나면서 학력저하 문제는 더욱 악화된 것이다.반면 보통학력이상 비율은 2014년 64.3%에서 2015년 61.7%, 2016년 60.7%으로 꾸준히 낮아졌다. 2016년 서울고교 평균이 78.6%였던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하락폭 역시 혁신학교가 더 컸다. 서울고교가 2014년 80.7%에서 2016년 78.6%로 2.1%p 하락하는 동안, 혁신학교는 64.3%에서 60.7%로 3.6%p 하락하면서 차이를 드러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교의 노력정도를 반영하는 학교향상도에서 보였다. 2016년 10개 학교의 학업성취도 향상도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때문이다. 선사고가 -8.8로 가장 낮았고 이어 잠일고(-8.2) 휘봉고(-6.6) 삼각산고(-5.8) 인헌고(-4.6) 효문고(-3.4) 신현고(-2.8) 독산고(-2.3) 금옥여고(-1.5) 배화여고(-0.3) 순이었다. 10개교 중 2014년은 8개교, 2015년은 9개교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2016년에는 모든 학교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서울형 혁신고의 현실을 드러냈다.

혁신학교 학생들이 일반고 학생들보다 학종에서 강점을 보인다고도 주장했지만 특정 학교의 대입실적을 비교한 것으로 혁신학교 전반의 실적으로 보긴 어려웠다. 혁신학교 전체 통계에선 4년제대학 진학률이 서울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2015년 30.5%(서울 평균 39.3%), 2016년 31.5%(38.9%), 2017년 29.8%(38.9%) 순으로 매년 7~8%p 격차로 뒤떨어졌다. 개별학교로 살펴보면 격차는 더 컸다. 2017년 기준 독산고 23.1%, 효문고 23.2%, 인헌고 25.9%에 머무를 정도로 격차가 심했다.

학종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주장도 궁색해 보인다. 고교 한 관계자는 “혁신학교가 표방하는 학교프로그램으로 가장 적합한 대입전형은 학생부종합이고 학종에 걸맞은 학교시스템과 경쟁력을 가장 적확하게 나타낸 잣대는 서울대 수시실적이다. 10년 가까이 운영됐으면 서울형 혁신고도 서울대 수시실적이 어느 정도 나와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면서 “하지만 결과는 너무 실망스럽다. 배화여고를 제외하면 거의 실적이 없다. 선발 효과와 무관한 서울 강북지역이나 시골의 일반고까지 지균 기균을 통해 서울대 실적을 만드는 시대”라고 지적했다. 

최근 2년간 서울형 혁신고의 서울대 수시 등록자 실적을 살펴보면 2016년에는 서울대 합격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않은 학교가 5개교였고, 나머지 5개교 역시 1명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2017년에는 배화여고가 4명을 배출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을 뿐 6개교에서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서울대 지역균형전형이 고교별 2명의 추천인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균합격자마저 배출하지 못한 것이다. 2017수시에서 서울대 수시 등록자를 1명이라도 배출한 학교는 140개교에 달했고, 단 1명을 배출한 학교만도 45개교였던 것과 비교하면 혁신학교가 내세우는 학종 경쟁력을 곧바로 가늠할 수 있다.

<학력미달 논란 불구.. ‘혁신학교 확대’ 강행하나>
혁신학교의 학력미달 논란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곽상도(자유한국당) 의원이 10월 교육부에서 받은 ‘혁신학교 학업성취수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미달에 해당하는 혁신학교 고교생은 11.9%나 됐다. 전국 고교평균이 4.5%인 것에 비하면 학력저하 현상이 뚜렷한 셈이다. 기초학력미달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20점 미만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실상 수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학업을 포기한 인원으로 분류된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업 성취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해마다 중3과 고2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험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성적에 따라 ‘보통학력’(100점 만점에 50점 이상 수준) ‘기초학력’(20~50점) ‘기초학력미달’(20점 미만)로 구분한다.

지난해 평가에서 고교 혁신학교는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59.6%로 전국 평균 82.8%을 크게 밑돌았다. 반면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기초학력 비율은 28.5%로 전국 평균 12.7%의 2배 이상이었다. 기초학력미달을 포함한 기초학력 이하 학생이 40.4%에 달한 셈이다. 특히 영어에서 기초학력미달비율이 높았다. 혁신학교의 영어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14.4%로 전국 평균 5.1%와 큰 격차를 보였다. 수학의 경우 12.9%(전국 평균 5.3%), 국어는 8.3%(3.2%)로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전국 평균을 크게 넘어섰다. 수학의 경우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낮은 편이었다. 혁신학교의 수학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52.4%로 전국 평균 78.2%에 비해 낮았다. 국어는 62.4%(전국 평균 84.1%), 영어는 64%(86%) 순이었다.

문제는 혁신학교 확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과제라는 점이다.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혁신학교의 성과를 일반학교로 확산한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교육계에서는 ‘혁신학교의 성과’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혁신학교는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2009년 경기도교육감 재임 시절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김상곤 장관이 당시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시절부터 교육공약 전반을 설계하면서 혁신학교 역시 ‘공교육 혁신’의 모델로 전면에 등장했다. 혁신학교는 입시위주 주입식 교육 대신 창의적/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높이는 교육을 추구한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무학년제, 집중이수제, 교과 통합, 창의적 재량 활동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다. 교장과 교사들에게 학교 운영 및 교과 과정의 자율권을 주고, 교육 과정을 각 학교에 현실에 맞게 다양화/특성화한다고 설명한다.

현재 혁신학교는 진보 성향 교육감 지역 중심으로 전국 1177곳(초 691개교, 중 353개교, 고 120개교, 기타 13개교)에 자리하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은 혁신학교에 연평균 1억원 안팎의 예산을 지원해가며 확산을 장려하고 있는 현실이다. 혁신학교의 명칭도 다양하다. 서울/경기도 혁신학교, 강원 행복더하기학교, 광주 빛고을혁신학교, 충남 행복공감학교, 충북 행복씨앗학교, 경남 행복학교, 전남 무지개학교, 제주 다혼디배움학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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