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수 한일고 교장 인터뷰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1989년부터 한일고 교단에 오른 신인수 교장은 2014년부터 교감을 맡아오다 최근 교장으로 취임했다. 전임 이준원교장이 금강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갑작스레 공석이 된 교장직을 맡기에 최고의 적임자였던 때문이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학교의 지난 역사 동안 함께 호흡하며 깊은 애정을 쌓은 신 교장은 이제 한일고의 미래 30년을 그리는 중이다.

지금도 ‘최강 실적’을 자랑하는 ‘전국 명문’의 위용이지만, 한일고는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는 자사고 특목고와의 고입 동시 선발이 실시되며 한층 뛰어난 ‘한일고 매니아’들이 입학하게 된 상황이다. 신 교장은 “기존에는 전기고에 지원했다 탈락한 학생들이 일부 있었지만, 이제는 한일고만을 바라보는 인재들이 온다는 데 기대감이 있다. 지성과 인성이 잘 조화된 글로벌 리더 육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한일고 교장으로서의 첫 포부를 밝혔다.

신인수 한일고 교장

- 진학실적이 매우 뛰어나다.  정시와 경찰대학 입시 등에도 두각이지만, 수시실적 역시 돋보인다. 현 대입구조 상 뛰어난 진학실적은 곧 뛰어난 학종 대비체제를 의미하는데 한일고가 가진 학종 대비 노하우는
“여건만 놓고 보면 우리학교는 학종 대비가 쉽지 않은 곳이다. 지리적인 위치 상 외부활동이 많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우리학교는 교육과정 내에서 학종을 녹여내려고 많이 노력한다. 다양한 학교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면서 ‘자율성’을 강조하는 특징이다. 학생 스스로 자기주도적으로 활동해야 좋은 성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해외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예로 들면 학교에서 모든 일정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학생들이 계획을 세워 간다. 자율활동을 택하는 경우 오전8시부터 오후9시까지 전부 모둠별로 세운 계획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기행문 등을 보더라도 이런 자율활동들이 학생들의 기억에 남게 되며, 자신감 역시 심어주는 결과로 이어진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학생 자치회 활동 역시 자율성을 크게 길러주는 부분이다. 교내 프로그램/행사 등을 기획하고 진행까지 학생들이 일체 맡아서 한다. 입학식/졸업식 역시 물론이다. 스스로 기획/진행하게 하다보니 학생들의 참여도도 매우 높다.

동아리 활동이 활성화 돼있는 점도 수시 대비에 도움이 크다. 학생 자치회 내에 동아리연합회가 따로 존재한다. 학생들이 주도해 동아리 활동의 시간/장소 등을 직접 배정한다. 학교에선 기말고사 이후 동아리 발표대회를 열어 우수 동아리는 시상하고, 별다른 활동이 없는 동아리는 도태시키기도 하며 적극적인 활동을 유도한다. 너무 많은 동아리 활동은 학업역량을 쌓는 데 부정적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더 하고 싶어하더라도 3개 정도로 수를 제한하고 있다.

선후배 간 연계프로그램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학종에서의 자소서/면접은 졸업생들이 주도적으로 돕는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상위대학과 경찰대학 사관학교 등에 진학한 졸업생들이 학교를 찾아 자소서 작성, 면접 경험 노하우를 전달한다. 특히, 면접의 경우 직접 경험한 학생들이 모아온 정보만큼 현장감 있는 사례가 없다. 모의면접 등의 시뮬레이션도 졸업생 주도로 실시된다.

여타 전형들의 경우 교사/학생의 노력이 돋보인다. 학생들 간 성적 격차가 적다 보니 수업의 질부터가 매우 높다. 학생들이 이에 호응해 열심히 공부하는 데다 자기 관리에도 매우 철저하다. 주말 같은 경우에도 집에 귀가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주말시간을 활용하는 연습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학습의 양이 극대화된다. 이는 학업역량을 중시하는 학종에도 도움이 되지만, 뛰어난 논술/정시 실적 등으로도 이어지게 된다.”

- 기숙형 학교임에도 학비가 매우 저렴하다. 저렴한 비용에도 좋은 교육여건을 제공할 수 있는 배경은
“우리 학교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단순한 먹고 자는 공간이 아니라 공동체 생활을 통해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한일고만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선후배간의 멘토 멘티 관계가 잘 구축돼있다. 호실선배 침대선배 등 자기가 머물렀던 기숙사 자리에 들어온 후배들을 선배들이 앞장서서 챙긴다. 학교생활에 대한 안내 조언, 학습에 관한 어려움과 궁금증, 향후 교우관계 등 선배들이 후배를 친형제 이상으로 챙기고 가르친다. 이런 문화는 학부모들에게도 전파돼 졸업 이후까지 융화된 관계를 구축하곤 한다.

이처럼 좋은 기숙사를 갖추고 있음에도 학비는 저렴한 편이다. 기숙사비 식비 수업료 등 학비 전체를 포함해서 월 4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수업료의 경우 면 단위에 위치하고 있어 저렴할 수밖에 없다. 높은 음식 질을 유지하면서 비용은 절감하기 위해 외부 위탁을 하지 않고 직영 급식을 운영하는 점도 전체 비용을 낮출 수 있던 요인이다.

한일고는 익히 알려진 대로 기업이나 회사가 운영하는 학교가 아니다. 교육에 뜻이 있던 설립자 개인이 모든 재산을 털어 만들어진 학교다. 설립자 작고 이후 현재는 2대 이사장 체제인데 이 분 역시 한일고에 대한 애정이 깊다. 현재는 학교가 자리를 잡았기에 대대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단계가 아니다. 약간의 국고보조와 학부모 부담금 만으로도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여건을 제공하는 데 문제가 없다. 올해도 창고를 리모델링해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R&E공간을 새로 만드는 등 좋은 환경에서 학업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내년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와 동일한 시기에 선발을 진행한다. 한일고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기대감이 크다. 기존에는 자사고 특목고가 전기에서 먼저 학생을 선발해 우수자원을 다소 선점하는 경향이 있었다. 우리학교에 오고 싶어하다가도 주어진 입시 기회를 놓칠 수 없단 생각에 전기고에 지원/합격하면서 이탈하는 인원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 학교의 선발시기가 후기로 옮겨지면서 이제는 우리학교나 자사고 특목고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됐다.

선발시기가 동일해지면 우리 학교의 메리트는 부각된다. 100% 기숙형 학교인 데다 학비까지 저렴하면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인성교육도 놓치지 않는다. 자사고나 일부 특목고는 상대적으로 학비가 비싼데, 앞선 선발의 장점까지 없어지니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

저렴한 학비는 향후 더욱 부각될 우리학교의 장점이면서, 누구나 부담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한 때는 자사고 전환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 일반고로서 운영을 잘 해왔으니 이제는 자사고 모델을 만들어보라는 것이었다. 엘리트 교육을 추구했다면 학비를 크게 높이고 고급화시켜 자사고를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계수준에 관계없이 능력있는 학생들을 선발해 길러내겠다는 학교 철학을 생각하면 자사고로 전환할 수 없었다. 가계형편과 관계없이 8도에서 우리학교로 모인 학생들은 깨어있는 생각을 기반으로 사회에 헌신하는 인재들로 자연스레 성장하는 학교문화 아래 생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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