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별력과 난이도 ‘두마리 토끼’.. 전임 평가원장 '유종의 미'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국어 수학이 연이어 높은 변별력을 보이며 ‘불수능’ 우려가 커지던 가운데 영어도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상대평가 체제 하에서는 결코 쉬운 영어가 아니라는 평가지만, 원점수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부여하는 절대평가 체제로 전환된 점을 볼 때 전체 수능 난이도를 ‘불수능’이 아닌 ‘적절한 변별력을 갖춘 수능’으로 이끌었단 평가다. 학습부담 감소라는 최초 영어영역 절대평가 도입 취지를 잘 살린 출제기조란 평도 내려지는 형국이다. 영어마저 9월모평 수준이 유지됐다면 수능최저에 약점이 있는 재학생들의 수시 대거 탈락 등 대입이 복잡양상으로 흐를 수 있는 가능성도 미연에 방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전문가들이 내놓은 2018 영어영역 난이도 분석결과에 따르면, 올해 영어는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교협 대입상담교사단을 비롯해 광주진협 등 공교육 교사진은 물론이거니와 대성 비상교육 이투스 유웨이중앙교육 등의 사교육기관들도 영어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메가만 지난해보다 쉽다는 평가를 내렸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영어 난이도가 당초 우려했던 것과 달리 적절한 것으로 평가했다. 9월모평에서 1등급 비율이 상대평가 시절과 크게 다를바 없는 수준으로 형성되면서 절대평가의 취지를 잃은 게 아니냔 우려가 나왔지만, 실제 수능에선 변별력도 일부 확보하면서 절대평가의 취지에 맞는 수준인 8% 가량의 1등급 비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이 정도 난이도면 당초 우려됐던 영어의 변별력 상실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수준인데다 과도하게 1등급비율이 적어 대입 혼란을 일으키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평가원이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잘 잡은 셈이다. 현 성기선 평가원장은 취임 시기 상 이번 수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전임 김영수 평가원장이 올해 수능의 방향을 명확히 잘 설정하고 유종의 미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영어 난이도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상대평가 체제 하에서는 결코 쉬운 영어가 아니란 평가지만, 원점수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부여하는 절대평가 체제로 전환된 점을 볼 때 전체 수능 난이도를 ‘불수능’이 아닌 ‘적절한 변별력을 갖춘 수능’으로 이끌었단 평가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우려 낳았던 영어.. 1등급 '8% 이상 전망', 성공적>
올해 수능 이전부터 영어는 큰 화제를 모았다. 상위 4%를 기준으로 1등급이 갈리던 기존 상대평가 체제에서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원점수 90점만 넘으면 1등급이 부여되는 변화가 생긴 때문이다. 지난해 수능에서 영어 원점수 90점 이상은 전체의 7.8%(4만2867명)였다. 절대평가는 학습부담 완화를 겨냥한 조치였기에 ‘쉬운 출제’가 이뤄질 수밖에 없단 점에서 올해 1등급 비율이 10%를 넘어서는 게 아니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수능/모평 출제를 주관하는 평가원은 예상을 벗어나는 행보를 보였다. 6월모평까진 8.08%(4만2183명)로 지난해와 큰 차이 없는 영어 난이도를 선보이더니 9월모평에서 5.39%(2만7695명)로 1등급 비율을 대폭 낮추는 어려운 출제를 단행했다. 이는 상대평가 체제던 2017 수능에서의 영어 1등급 비율 4.42%(2만4244명)와 비교하면 인원 수 기준 큰 차이가 없었기에 상대평가와 별반 차이 없는 절대평가가 될 것이란 우려로 이어졌다. 

영어 1등급 비율이 줄어들며 우려를 표한 것은 수험생만이 아니었다. 영어 절대평가로 인해 1등급이 늘어날 것을 미리 예측하고 수능최저를 강화한 대학들 역시 영어 1등급 비율을 예의주시하며 경계의 눈초리를 보였다. 기존 2등급 2개의 수능최저를 3개영역 등급합 6이내로 설정하는 등 그간의 지원자 풀을 고려해 수능최저를 조정한 상황에서 영어가 기존 상대평가와 별다른 차이없이 출제되면 수능최저 충족 비율이 크게 낮아지면서 기존 수시에서 선발할 계획이던 인원들을 정시로 대거 이월해야 한단 결론이 나온 때문이다. 이미 9월모평에서 영어가 크게 어렵게 출제되자 수험생들이 수능최저 충족 가능성을 낮게 본 탓에 수능최저를 강화한 대학들은 논술 경쟁률이 하락하는 등 유/무형의 피해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영어 난도에 관한 우려는 수능 당일 영어영역 종료 시점까지도 이어졌다. 수능 당일 오전 평가원의 브리핑이 ‘어려운 영어’를 겨냥한 것처럼 보인 때문이다. 이준식 출제위원장은 모평과 비슷한 난이도의 출제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해 6월모평과 9월모평의 중간값이 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이영덕 대성학력평가연구소장 등 전문가들은 수능 아침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9월모평 수준으로 영어가 출제되면 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된 때문이다. 의치한이나 상위대학에서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사례가 많고 대학들이 수능최저를 일부 조정한 상황에서 영어가 너무 어려우면, 재학생들은 수능최저를 충족하기 어려워 수시에서 대거 탈락하게 되고 가뜩이나 정시에서 우세를 점하는 재수생들이 수시에서마저 상당부분의 비중을 가져가면서 향후 재수로 이어지는 인원이 늘어날 것이란 예측까지 더해졌다. 때문에 평가원의 발언은 6월모평에 가까운 값을 내포한 게 아니냔 해석이 힘을 얻었다. 

결국 영어영역이 종료되고 난이도가 분석되자 전문가들의 예측이 고스란히 맞아 떨어져가는 모양새다. 광주진협이 1등급이 8% 이상일 것이라고 짐작하는 가운데 나머지 기관들도 8%이상의 1등급 비율이 형성될 것이라며 평가원이 적절한 난이도 조절에 성공했단 평가를 내리는 중이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아직 확실한 값은 아니지만, 영어 1등급 비율은 8% 중반대에서 끊길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9%대까지 치솟기도 했는데, 이는 빠른 채점에 나서는 수험생들이 대부분 자신의 점수에 자신이 있는 고득점자들이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어느 정도 비율값이 안정된 상태”라며, “이 정도 난이도라면 최소한 영어가 너무 어려워 대량의 수시이월이 발생한다거나 수시에서 재학생이 대거 탈락하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특히, 영어영역 절대평가 전환 초기에 제시됐던 영어의 변별력 상실 문제도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란 해석이 중론이다. 본래 영어 절대평가 전환 당시 가장 크게 우려됐던 것은 절대평가를 신뢰할 수 없는 대학들이 주도적으로 영어 변별력을 무력화시키는 일이었다. 영어 절대평가가 어떻게 작동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위대학들은 실제로 정시에서 등급 간 격차를 적게 주는 방식으로 영어 변별력을 크게 낮춘 상태다. 하지만 올해 정도의 변별력이 계속해서 이어지면 대학들이 영어 반영방법 관련 입시기조를 향후 바꿀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영어 적정 난이도.. 신유형 미출제, 변별력 확보 노력 ‘시너지’>
올해 수능 영어가 적정 난이도를 유지하는 데는 출제기관인 평가원의 의도가 주효했단 평가다. 신유형은 출제하지 않으면서 몇몇 고난도 문항을 통해 변별력을 부여하려는 전략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대교협 대입상담교사단의 이종한 양정고 교사는 “그간 네모칸 어휘로 출제해오던 어휘문제가 밑줄 어휘 유형으로 출제됐고, 수험생들이 어려워하는 빈칸추론에선 3개문항이 EBS 비연계로 출제되는 등 나름의 변별력을 갖추려는 노력이 엿보인다”라고 말했다. 

신유형 문제는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유성호 숭덕여고 교사는 “새 유형의 문제는 출제되지 않았다. 3점짜리 문제가 듣기 3개, 읽기 7개로 총 10개 출제되는 등 지난해 수능, 올해 6월/9월 모평과 동일한 출제방식”이라고 설명했으며, 광주진협도 “이번 영어에서는 신유형이 출제되지 않고 이전 시험과 같은 형태를 유지했다. EBS연계율도 70%선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물론 바뀐 부분도 존재했다. 광주진협은 “지난해 수능과 비교하면 달라진 점도 있다. 제목추론 2문항이 제목추론 주장추론 각 1문항으로 변경된 점, 문맥어휘 추론이 a, b, c 네모 안에서 문맥에 맞는 단어를 찾는 유형(네모칸 어휘)에서 밑줄 5개 중 쓰임이 적절하지 않은 어휘(밑줄어휘)를 고르는 형식으로 바뀐 점, 빈칸추론에서 선택지가 한 단어로 이뤄진 문제가 빠진 점 등이 차이점이다. 1지문 2문항 장문독해에서의 빈칸추론이 빈칸 2개를 고르는 형태에서 1개를 고르는 형태로 바뀐 것도 차이점이지만, 이는 이미 6월모평 9월모평에서 적용됐던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영어영역은 EBS 교재 70% 연계출제 방침이 이어지고 있다. EBS 지문이 고스란히 출제되진 않는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평가이사는 “EBS 연계 방식은 기존 시험과 같았다. 어휘/구문만 수정하고 문제 유형을 변형시켜 출제하는 형태의 직접연계, 유사한 소재의 지문을 활용하는 간접연계가 두루 활용됐다”라고 전했다. 

때문에 영어영역에서 변별력을 가르는 문항은 EBS와 연계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험생들이 낯설어하는 지문에서 고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비연계 지문들도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유 교사는 “33번과 34번이 EBS 비연계 지문이다. 독해가 쉽지 않은 빈칸추론 지문이지만, 이번 수능에선 선택지를 고르기가 모평 때보다 쉬웠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험생들이 실제 느낄 체감 연계율은 높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이영덕 대성학력평가연구소장은 “45개 문항 중 EBS 연계교재와 연계된 것은 32개 문항으로 연계율은 71.1%였다. 하지만 체감 연계율은 높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의파악이나 세부사항이해유형은 EBS 교재의 지문을 그대로 활용하지 않고 EBS교재의 주제 소재 요지가 유사한 다른 지문을 활용한 간접 연계 문항으로 출제돼 체감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전반적인 쉬운 출제 기조에도 불구하고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고난도 문항으로는 28번 34번 36번 38번 등이 지목됐다. 대성 이 소장은 “절대평가를 감안한 변별력 문항들이 눈에 띈다. 어법 및 빈칸추론 유형과 순서 배열하기와 문장삽입 형태의 간접쓰기 유형에서 상위권 변별력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32번 37번 42번 등도 수험생들을 당혹케 하기 충분한 문항이란 분석이다. 광주진협은 “32번 문항은 ‘평범한 일상은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기억하기 쉽지 않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선택지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만 해결 가능하다. 원시사회에서 질병의 사회적 통제 기능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37번은 단서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 내용의 흐름까지 전부 보고 순서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까다로움이 높아 보인다. 장문독해인 41번과 42번 중 빈칸추론 문제인 42번은 ‘작가의 경험에 비춰 주인공을 만들어 낸다’는 내용으로 어휘가 어렵지 않은 편이지만, 정확한 내용 파악이 쉽지 않은 문항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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