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나) 9월모평 '충분한 사인'.. '킬러문항' 적절배치

[베리타스알파=신승희 기자] 국어에 이어 수학마저 지난해 수능 대비 결코 쉽지 않은 난이도를 보임에 따라 올해 수능이 '불수능'이란 목소리가 높아진다. 적절한 변별력을 갖췄지만 갑작스러운 출제 기조 변화로 수험생들로부터 ‘6년만의 불수능’이란 평을 받았던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어려운 난이도를 갖춘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도 수험생들로부턴 ‘불수능’이란 평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23일 입시기관 대교협 진협 등 전문가들이 내놓은 수학영역 분석결과에 따르면, 올해 수능 수학 난이도는 녹록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자연계열 수험생이 주로 응시하는 가형의 경우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대성을 비롯해 비상 유웨이 등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단 평가를 내놨으며, 광주진협과 메가는 다소 어려운 것으로 수학 난이도를 분석했다. 이투스는 비슷하거나 조금 어려운 것으로 내다봤다. 나형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다는 데로 의견이 몰렸다. 광주진협과 메가 이투스는 비슷하단 의견을 내놨고, 대성 비상 유웨이 등은 다소 어려운 것으로 평가했다. 

만만치않은 수학의 난이도는 ‘킬러문항’으로 불리는 변별력 높은 문항들로부터 비롯됐다. 가형 29번과 30번, 나형 21번과 30번 등 변별력 문항들이 확연한 수준 격차를 보이면서 지난해 수학(가)와 수학(나)의 1등급컷인 92점이 올해 다시금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등급컷을 ‘92점 내외’로 예측한 광주진협을 필두로 대부분의 기관들이 지난해 수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난이도로 예상한 이상 지난해보다 등급컷이 오르긴 어려우며,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이란 게 중론이다. 상위4%가 1등급을 받게 되는 현 상대평가 수능 체제는 시험이 어려우면 1등급컷이 내려앉고, 시험이 쉬우면 1등급컷이 오르는 구조이기에 비슷한 난이도인 경우 등급컷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미 만만찮은 난이도를 보인 국어에 이어 수학마저 지난해 수능 난이도가 ‘재현’ 되면서 영어영역 난이도에 따라 전반적인 ‘불수능’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영어 절대평가 시 1등급이 10%를 넘길 수도 있다는 예상이 지난해 나옴에 따라 대학들이 2018학년 전형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수능최저를 다소 강화하는 등 일부 변화를 줬기 때문에 영어까지 어려우면 수능최저 미충족으로 재학생들이 대거 탈락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대학별고사 응시자 자체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것 아니냔 예상도 나온다. 한 교육 전문가는 “영어 절대평가의 취지가 ‘쉬운 수능’을 지향하는 것이기에 대학들이 이에 발맞춰 수능최저를 조정한 사례가 많다. 예년과 동일한 수능최저를 활용하는 것은 이전보다 역량 낮은 인재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생각한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영어까지 어려우면 수능최저 충족비율이 대폭 낮아져 수시 전체에 타격을 입히게 되고, 여파가 정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영어가 본래 취지대로 6월모평에서의 1등급 비율인 8% 초반 정도를 기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어에 이어 수학마저 지난해 수능 대비 결코 쉽지 않은 난이도를 보임에 따라 수험생들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사실상 국어와 수학만 놓고 봤을 때는 ‘불수능’에 가까운 실질인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6모 9모 지난해 수능은? 비교잣대 기반 92점 1등급컷 ‘유력’>
전문가/기관들의 발표내용을 해석하기 위해선 일단 지난 모평/수능의 난이도부터 알아야 한다. 기관별로 ‘지난해 수능보다 쉽다, 어렵다, 비슷하다’ 등의 총평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능이 어느 정도 난이도였는지를 모른다면 기관들의 발표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해 수능 수학영역의 1등급컷은 가형의 경우 원점수 92점/표점 124점이었으며, 나형의 경우 원점수 92점/표점 131점이었다. 2등급컷은 가형 원점수 88점/표점 121점, 나형 원점수 83점/표점 124점이었다. 

통상 수능/모평 등에서의 원점수와 표점은 반대로 움직인다. 시험 난이도가 높은 경우 원점수 등급컷은 내려앉고 표점 등급컷은 오른다. 반대로 시험 난이도가 낮은 경우 원점수 등급컷은 오르고 표점 등급컷은 낮아진다. ‘상대적인 점수 체계’인 표점은 시험이 어려울수록 만점이 치솟으면서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이지만, 만점이 고정돼있는 원점수는 시험이 어려우면 고득점자가 줄어들면서 등급컷도 따라서 낮아지게 되는 때문이다. 

이 같은 점수추이에 따라 입시기관들의 난이도 측정을 해석하면,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다는 평은 92점보다 낮은 원점수 1등급컷이 형성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수학(가)와 수학(나) 모두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다’는 결론이기에 92점 내지 그보다 약간 낮은 수준의 1등급컷이 형성될 것으로 봐야 한다. 다만, 입시기관들이 다소 보수적인 평을 내리는 경우가 많단 점을 고려하면, 약간 어렵다는 평은 곧 비슷하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단 점에서 92점 내외의 1등급컷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가/나 모두 수능과 비슷.. 나형은 9모보다 쉬워 ‘다행’>
올해 수학은 가형과 나형 모두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약간 어려운 수준의 난이도로 평가받고 있지만, 유형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엔 차이가 있다. 수학(가)의 경우 지난해 수능과 올해 9월모평의 난이도가 비슷한 상황에서 올해 수능까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며 일정 난이도를 잘 유지했단 평가인 반면, 나형은 9월모평에서 한 차례 난이도 변동이 있었기에 수험생들은 다소 당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수학(나)의 난이도 변동은 긍정적이란 평가다. 대개 수능에서의 혼란은 모평에서 쉬운 출제 기조가 이어지다 수능이 급격히 어려워지는 경우 발생하는데, 이와 반대로 모평에서 다소 어려울 것이란 사인을 충분히 줬기 때문이다.

지난해 원점수컷 기준 1등급 92점, 2등급 83점의 구분점수를 보였던 수학(나)는 올해 9월모평에서 1등급 88점, 2등급 80점으로 등급구분 점수가 다소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난이도가 높으면 내려앉는 등급컷의 특성에 비춰볼 때 다소 어려운 출제가 이뤄졌단 얘기다. 모평보다 쉬운 출제가 이뤄졌기에 큰 혼란은 없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2016수능, 2017수능이 모평에서 다소 낮은 난이도를 선보이다 수능에서 변별력을 높이면서 그간의 '쉬운 수능'기조까지 맞물려 혼란을 빚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양새다.

<수학 난이도 가른 ‘킬러문항’.. 가형 29번과 30번, 나형 21번과 30번>
9월모평에 비해 쉬워졌다곤 하지만, ‘6년만의 불수능’이란 얘기가 나왔던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인 이상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만만찮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1등급과 2등급을 가르는 결정적 대목인 ‘킬러문항’들이 충분한 변별력을 갖췄단 점은 수험생들의 어려움을 배가시켰으리란 평가다. 올해 수학은 가형의 경우 29번과 30번, 나형의 경우 21번과 30번이 킬러문항으로 손꼽히고 있다. 수학(가)의 경우 21번을 킬러문항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이영덕 대성학력평가연구소장은 “확연히 변별력을 갖춘 모양새”라며, “가형에서는 공간도형 문항과 미적분 문항이 최고 난도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기관별로 보면, 광주진협은 가형에서 최고 난이도를 보인 문항으로 21번과 29번, 30번을 각각 지목했다. 미적분Ⅱ에서 출제된 21번과 30번, 기하와 벡터에서 출제된 29번 중에서도 특히 29번이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다. 광주진협은 “수학(가) 29번은 공간에서의 성질을 명확히 알고 이를 응용할 수 있는 경우에만 정답 도출이 가능해 풀이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가스터디 역시 29번과 30번을 가형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로 보면서 20번 21번 27번 등도 만만찮은 난이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27번은 본래 평이하게 출제되던 이차곡선의 정의를 묻는 문항인데 예상 외로 까다롭게 출제됐다. 상위권 수험생들도 당황했을 것이다. 공간도형과 벡터 단원에서 출제된 20번과 29번도 공간도형의 위치관계에 대한 기본지식을 묻는 어려운 문항”이라며, “29번과 30번이 가장 어렵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역함수의 미분의 정의를 묻는 29번, 정적분의 새로운 정의를 이용해 조건을 해석하는 30번 문항은 단연 최고난도로 상위권에서의 변별력을 부여하는 문항이다”라고 분석했다. 

유웨이는 수학(가)에서 29번을 제외하고, 21번과 30번을 킬러문항으로 지목했다. “가형 21번은 주어진 조건을 이용해 함수 f(x)의 그래프를 그린 뒤 조건을 만족시키는 일차함수를 찾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30번 문항은 주어진 조건을 이용해 함수 g(t)가 극소가 되는 값을 찾아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평가이사는 설명했다. 

수학(나)에선 함수와 미적분이 비교적 어렵게 출제됐단 평가다. 대성 이 소장은 “나형에서는 함수문항과 미적분문항이 최고난도 문항으로 출제됐다. 지난해 수능이나 9월모평과 비슷한 양상이지만, 3점문항과 4점문항의 난이도 차이를 크게 해 변별력을 한층 높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광주진협은 수학(가)와 마찬가지로 수학(나)도 21번과 29번 30번을 각각 최고난도 문항으로 점쳤다. 광주진협은 “미적분Ⅰ에서 출제된 29번과 30번 문항 모두 난도가 높은 편인데, 도함수를 이용한 그래프 유추 유형으로 기출문제에 비슷한 유형이 많아 상대적 어려움이 덜했을 29번보다는 30번 문항이 특히 까다로웠을 것으로 보인다. 21번은 새로운 유형의 문제면서 합성함수에 대한 개념과 그래프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문항이기에 어려움을 느끼기 충분했다”라고 평가했다. 유웨이 이 이사도 “21번은 주어진 그래프를 이용해 조건을 만족시키는 집합x의 원소 찾아내기 문제며, 30번은 구간 [0,1]에서 함수 f(x)의 그래프를 그린 뒤 주어진 조건을 이용해 함수 g(x)를 활용하면 해결 가능하다”라며 21번과 30번을 최고난도 문항으로 지목했다. 

여타 기관들도 대체로 의견은 일치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나형 30번의 경우 다항함수의 적분법과 함수의 극한을 활용해 만족시키는 수열을 찾아야 풀 수 있는 어려운 문제”란 의견을 내놨으며, 메가 남 소장은 “30번은 9월모평의 30번과 유사하게 함수의 평행이동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접근하긴 좋은 문제다. 다만 마무리가 다소 까다로웠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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