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수학 탐구 '만만찮다'.. 지난해 출제기조 유지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2018학년도 수능에서도 '불수능'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준식 출제위원장이 23일 가진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수능 출제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데 더해 영어는 앞서 치러진 6월/9월모평 수준에서 출제될 것이라고 밝힌 때문이다. 지난해 수능이 '6년만의 불수능'으로 불릴만큼 변별력이 높았단 점을 고려하면, 국어 수학 탐구의 난도가 결코 만만치 않으리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영어 역시 6월모평 8.08%, 9월모평 5.39%의 1등급 비율로 절대평가 전환에도 불구하고 만만치 않은 난도를 보였단 점을 볼 때 올해 수능이 '불수능'이 될 것이란 예측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2018수능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준식 수능검토위원장은 작년과 같은 출제기조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올해 수능출제 기본방향에 대해 설명중인 이준식 수능출제위원장. /사진=브리핑 방송 캡처

평가원은 올해 수능을 예년 수준으로 출제했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일관된 출제기조를 유지하고자 했다”면서 “예년과 마찬가지로 학교수업을 충실하게 받은 학생이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난해 수능의 난도가 결코 낮지 않았다는 데 있다. 난도 판단에 주로 쓰이는 원점수 1등급컷을 보면, 지난해 수능은 국어 92점, 수학(가) 92점, 수학(나) 92점에서 1등급컷이 형성됐다. 한해 전 치러진 2016수능에서 국어(A) 96점, 국어(B) 93점, 수학(A) 96점, 수학(B) 96점의 1등급컷이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어려운 수능이었던 셈이다. 확연히 높아진 난도 덕에 만점자 수도 전년도 2016수능 16명에서 2017수능 3명으로 크게 축소됐다.

평가원의 '전년도 출제기조 유지' 발언은 매년 반복되는 발언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주의깊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평가원의 '쉬운 수능' 기조가 깨진 분기점은 2016 수능이라는 게 교육계의 평가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영역별 만점자 1%가 적정 출제 난도로 여겨졌는데, 당시에도 출제위원장을 맡고 있던 이 위원장은 인위적인 난도 조정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만점자 비율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발언했고, 결국 만점자가 33명에 달했던 2014 수능, 29명에 달했던 2015 수능과 달리 2016 수능은 '쉬운 수능'에서 '일부 변별력을 갖춘 수능'으로 돌아섰다. 이같은 평가원의 방침은 지난해 '6년만의 불수능'으로 또 다시 발전하며 이제 더 이상 '쉬운 수능'을 표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라며, "지난 평가원의 발언들을 볼 때 지난해 출제기조를 유지했다는 발언의 중요성은 제법 무거워 보인다. 높은 변별력을 염두에 두고 출제가 이뤄졌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다소 쉬운 출제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예상을 받던 영어도 만만찮은 난도를 보이며 '불수능' 기조에 가세할 전망이다. 절대평가에도 불구하고 상대평가와 별반 차이가 없던 9월모평, 그보단 난도가 낮았지만 역시 쉽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받는 6월모평 수준에서 출제했다는 평가원의 발언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영어 1등급 비율을 묻는 질문에 대해 "(영어 1등급 비율은) 6월모평이 8%, 9월모평이 6%가 좀 안 되는 수준으로 나왔다. 때문에 그 정도에서 적정히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라며, "영어 비율을 사전에 상정하지는 않았다"라고 답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다소 어려운 영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브리핑 특성 상 '두루뭉실'한 표현이 주로 사용되지만, 결코 쉽지 않았던 두 모평을 참고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영어 난도를 예측케 하는 때문이다. 특히, 올해 9월모평은 영어 1등급 비율이 5.39%로 나타나 난도가 상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대평가 시 1등급 부여 비율이 4%지만 통상 동점자 때문에 4%를 넘어서 1등급 비율이 정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평가 때보다 전체 수험생 대비 겨우 몇천명 늘어난 수준일 만큼 쉽지 않은 시험이었단 것이 교육계의 평가다. 6월모평은 이보다는 쉬운 8.08%에서 1등급 비율이 끊겼다.

이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교육계에선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6월모평과 9월모평의 중간값 수준에서 1등급 비율이 나올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9월모평보다는 6월모평에 가까운 비율을 상정해 시험이 출제됐으리란 반론도 제기된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일부에서는 6월모평과 9월모평의 중간 수준에서 1등급 비율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6월모평에 보다 가까운 방향으로 출제했다고 봐야 한다. 영어 절대평가의 시행 목적이 '학습부담 감소' '사교육 감소' 등에 있었단 점을 고려하면, 9월모평과 같은 어려운 출제는 절대평가의 취지 자체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대학들이 쉬운 영어를 염두에 두고 수능최저를 다소 강화한 경향까지 더해져 9월모평 수준으로 영어가 출제되면 수시 불합격자가 대거 발생, 혼란스러운 대입이 펼쳐질 것이다. 이는 평가원이 결코 의도치 않는 방향이라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평가원이 절대평가의 본래 취지대로 영어에서 변별력을 크게 주지 않는 경우 상대적으로 탐구영역의 변별력이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예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찬홍 검토위원장은 “수능시험 전체의 변별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영어영역의 변별력이 떨어질까봐 다른 영역의 변별력을 높이는 노력은 따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택과목의 유불리에 좌우되지 않는 것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이미 국어 수학 탐구의 변별력이 상당한 상황에서 더욱 변별력을 올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추측도 제기된다.

그밖에 올해 수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신유형 문제가 다소 선을 보일 것이란 예상이다. 이 위원장이 “타당도 높은 문항 출제를 위해 이미 출제됐던 내용이라 하더라도 교육과정에서 다뤄지는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이라면 문항의 형태, 발상, 접근방식 등을 다소 수정해서 출제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힌 때문이다. 기출문제를 충실히 공부한 수험생들이 다소 유리한 지점에 설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이는 대목이다.  그밖에 이 위원장은 "국어와 영어는 출제범위 바탕으로 다양한 소재의 지문과 자료를 활용했고, 나머지 영역은 개별교과 특성을 바탕으로 사고력 중심의 평가가 되도록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필수로 지정된 한국사 영역은 평이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년도 수능과 마찬가지로 역사에 대한 기본소양을 평가하기 위해 핵심내용 위주로 가급적이면 평이하게 출제해 수험생들의 학습부담이 최소화되도록 했다는 게 평가원의 입장이다. 

EBS 연계율은 70% 연계 방침을 유지했다. 과목별 문항수 기준으로 70% 수준에서 EBS 수능교재, 강의와 연계해 출제가 이뤄졌다. 연계대상은 올해 고3학생 대상으로 발간된 EBS 교재 중 평가원에서 감수한 교재와 이를 이용한 강의내용이다. 연계방식은 영역과목별 특성에 따라 개념이나 원리, 지문이나 자료, 핵심제재나 논지 등을 활용하는 방법을 사용했으며 문항을 변형 또는 재구성하는 방법 등이 사용됐다. 영어의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의파악과 세부정보를 묻는 연계문항의 경우에는 EBS 연계교재의 지문과 주제, 소재, 요지가 유사한 다른 지문을 활용하되 가급적 단어와 문장 등이 쉬운 지문을 활용해 연계했다. 

2018수능은 23일 오전8시40분부터 전국 85개지구 1180개 시험장에서 실시되고 있다. 지원인원은 59만3527명이다. 재학생은 지난해보다 1만4468명 줄어든 44만4874명(74.9%)이다. 졸업생은 2412명 늘어난 13만7532명(23.2%), 검정고시 등 기타 지원자는 1만1121명(1.9%)이다. 

오늘부터 평가원 홈페이지를 통해 이의신청 접수, 이의신청 심사가 진행되며 27일 오후6시 마감된다. 심사는 28일부터 12월4일까지 진행되고 심사가 끝난 후 내달4일 오후5시 정답 확정발표를 한다. 성적 통지는 내달1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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