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취업률' 경계.. 유지취업률 등 질적 평가지표도 개발해야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올해 직업계고 취업률은 50.6%로 17년 만에 절반을 넘기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고용의 질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2000년 취업률 51.4% 이후 17년 만에 50%가 넘는 취업률을 기록한 직업계고는 2009년 16.7%를 기점으로 8년연속 취업률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대졸자 실업난 악화와 고교 직업교육 확대로 고졸 취업자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전문가들은 올해 초 콜센터 현장실습 고교생 사망사건의 원인으로 취업률 지상주의를 지목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계약직 정규직 등 고용형태와 얼마나 오래 직장을 다니는지 등 일자리 질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할 것을 요구했다. 

20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7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률 현황에 따르면 올해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률은 50.6%로 나타났다. 지난해 47.2%보다 3.4%p 상승한 결과다. 동시에 직업계고 졸업자의 진학률은 감소했다. 올해 직업계고 대학 진학률은 32.5%로 지난해 34.2%보다 1.7%p 감소했다. 2009년 73.5%에서 2017년 32.5%를 기록해 절반 이하로 떨어진 모습이다. 취업률은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일반고 직업반의 올해 2월 졸업자 취업현황을 4월1일 기준으로 조사했다. 

고교유형별로는 마이스터고가 93.%로 가장 높았다. 특성화고는 50.8%, 일반고 직업반은 22.4%로 나타났다.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취업률은 각각 전년 90.3%, 47%보다 2.7%p, 3.8%p 상승한 반면 일반고 직업반 취업률은 전년 23.6%보다 1.2%p 감소했다. 마이스터고는 첫 졸업생을 배출한 2013년부터 5년연속 90% 이상 높은 취업률로 눈길을 끌었다. 2013년 92.3%, 2014년 90.6%, 2015년 90.4%, 2016년 90.3%, 2017년 93%의 추이다. 특성화고 취업률도 2013년 41.2%에서 2014년 45.3%, 2015년 47.6%, 2016년 47%로 상승세를 유지하더니 2017년 50.8%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모두 취업률이 상승했지만 고교유형 간 격차도 상당한 특징이다.

반면 일반고 직업반 취업률은 2013년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다. 2013년 26.%, 2014년 23.9%, 2015년 22.9%로 하락한 뒤 2016년 23.6%로 소폭 상승했으나 올해 22.4%로 다시 떨어졌다. 교육부는 일반고 안에 직업계 학과를 운영하는 학교 특성과 대부분 대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특별시와 광역시 소재한 일반고 가운데 직업반을 운영하는 일반고는 4개교에 불과하다. 도 단위에 소재한 일반고 직업반이 81개교로 95.3%를 차지한다. 

올해 직업계고 취업률은 50.6%로 17년 만에 절반을 넘기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고용의 질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2000년 취업률 51.4% 이후 17년 만에 50%가 넘는 취업률을 기록한 직업계고는 2009년 16.7%를 기점으로 8년연속 취업률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반면 전문가들은 올해 초 콜센터 현장실습 고교생 사망사건의 원인으로 취업률 지상주의를 지목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2017년 취업률 98.7%를 기록한 수원하이텍고의 실습 장면.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육부, 취업률 숫자 집착에 고용 질은 후퇴>
현장 교사들과 교육계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취업률 수치에만 집중한 탓에 고용의 질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취업률 상승이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선취업 후진학 등 정부의 지속적인 고졸 취업 활성화 정책의 효과라는 교육부의 ‘자화자찬’과 상반된다. 지난해 김기선(당시 새누리) 의원이 중소기업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취업한 특성화고 출신 학생의 고용보험 가입자 비율은 2012년 79.6%에서 2013년 71.7%, 2014년 64.5%에서 2015년 58.8%로 20.8%p가 하락했다. 취업의 양 자체는 늘어났지만 질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었단 의미로 풀이된다. 

고용보험 가입은 취업한 일자리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다. 1999년 국제노동기구(ILO)는 좋은 일자리 조건 가운데 하나로 고용보험 가입 여부를 들기도 했다. 취업자의 고용보험 가입비율 하락은 비정규직 임시직 파트타임 등 불안정하고 파편화된 형태로 고용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자리의 질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원인으로 교육부의 교육청 평가지표가 지목됐다. 교육부는 매년 시도교육청을 평가하는 기준에 특성화고 취업률 관련 지표를 포함한다. 전체 100점 중 배점 4점이며 ‘특성화고 취업률’ 2.5점, ‘특성화고 취업률 향상도’ 1.5점로 구성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고용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관련지표는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 평가에 따라 인센티브가 달라지는 탓에 각 교육청이 고용의 질보다 취업률 자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국회 교문위 소속 도종환(더불어민주) 의원은 “고졸 취업률 확대 정책이 학생들을 질 나쁜 일자리로 내몰고 있다”며 “교육청 평가지표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취업률만 지표로 삼은 정부의 ‘보여주기 식’ 특성화고 사업지원도 원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특성화고 재정지원사업인 중소기업청의 특성화고 지원사업은 학교 1곳 당 1억7000만원을 지원해 유사사업인 교육부의 특성화고 취업역량강화사업의 5000만원보다 3배나 많다. 지난해 기준 181개 특성화고에 306억원을 지원했다. 학교 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중소기업청이 특성화고 지원사업 대상 선정에 ‘지난해 기준 취업률 45.5% 이상인 학교’라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각 학교에서는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교사와 학생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한편, 현장실습생과 청년취업자들은 근로감독 사각지대에서 피해를 입어도 적극 구제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지속적으로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높은 취업률을 유지하고자 학생들의 근로이탈을 최대한 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취업률 지표처럼 ‘유지취업률’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수차례 반복되는 배경이다. 고교와 달리 대학에선 매년 취업률과 함께 유지취업률을 공개한다. 유지취업률은 대학 졸업자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도 고용된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는지를 조사한 지표다. 취업의 지속성을 반영하기 위해 교육부가 2012년부터 도입했다. 취업률이 대학재정지원사업 등에서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자 대학이 조사 기준일 직전에 단기 취업프로그램 등 일시적으로 취업률을 높이는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유지취업률은 직장건강보험 조사기준일(6월1일)에서 3,6,9,12개월 지난 시점의 건강보험 유지비율을 활용해 산출한다. 

<취업률 발표 하루 전.. '열정페이'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태 지적 기자회견 열려>
교육부가 직업계고 취업률을 발표하기 하루 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태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청소년노동조합인 청소년유니온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태 및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청소년유니온은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현장실습에서 인격모독과 ‘열정페이’로 불리는 임금체납 등 온갖 부당대우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실습은 실제 직업현장에서 이뤄지는 교육훈련과정이다. 특성화고 3학년 학생들이 주로 참여한다. 고교생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취업과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청소년 노동권이 침해당한다는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청소년유니온이 지난달 23일부터 2주 동안 특성화고 재학생과 졸업생 2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현장실습 경험이 있는 학생 가운데 80%가 사업장에서 부당대우를 받았거나 목격했다고 응답했다. 피해사례 가운데 임금체납은 70건, 과도한 야근과 연장근무는 68건, 욕설 등 인격모독은 54건이 접수됐다. 계약과 다른 근로조건에서 일하거나, 성희롱과 성폭력이 있었다는 응답도 각각 40건, 23건이 있었다. 이 같은 처우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이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도 포기한 학생들에게 반성문을 제출하고 취업기회를 제한하는 등 징계를 준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올해 초 교육부가 공개한 ‘2016년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태점검 결과’에서도 부당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표준협약 미체결 238건 △근무시관 초과 95건 △부당대부 45건 △유해위험 업무 43건 △임금 미지급 27건 △성희롱 등 17건 등 465건에 달한다. 

<직업계고 간 취업률 격차도 상당.. 마이스터고 vs 특성화고>
일각에선 직업계고 내에서도 취업률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가운데 교육부가 전체 취업률 상승만 강조하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기업과 산학협력을 맺고 특화산업 연계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마이스터고와 달리 특성화고와 일반고 직업반은 취업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직업계고 운영 취지가 무색하게 대학 진학률이 상당한 편이기도 하다. 올해 직업계고 유형별 진로현황에 따르면 특성화고 졸업자 9만6100명 가운데 진학자는 3만1156명으로 진학률 32.4%를 기록했다. 일반고직업반의 취업률은 50%가 넘는다. 졸업자 7884명 중 진학자는 4231명으로 진학률 53.7%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마이스터고는 최저 취업률도 85.71%에 달했다. <베리타스알파>가 집계한 2017년 전국 36개 마이스터고 취업률에 따르면 올해 2월 졸업자 기준 마이스터고 35곳의 취업률이 90% 이상으로 나타났다. 삼척마이스터고(강원 삼척시)와 완도수산고(전남 완도군)은 각각 졸업자 79명, 76명이 모두 취업에 성공해 취업률 100%를 기록했다. 이어 수원하이텍고(경기 수원시) 98.72%(취업자 154명/졸업자 156명), 구미전자공고(경북 구미시) 98.53%(268명/272명), 포항제철공고(경북 포항시) 98.24%(167명/170명)가 98% 이상의 높은 취업률로 톱5를 차지했다. 

특성화고는 학교 간 격차가 뚜렷했다. 올해 2월 졸업자 35명 전원이 취업해 취업률 100%를 기록한 삼계고(전남 장성군)을 필두로 21개교가 취업률 80% 이상의 취업률을 보였다. 반면 30% 이하의 저조한 취업률을 기록한 학교도 107곳에 달했다. 이 가운데 10% 이상 20% 미만 취업률을 나타낸 고교는 13곳, 10% 미만은 3곳이었다. 

한편 정부는 ‘고졸 취업자 지원 확대’를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국가직 지역인재 9급 채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고졸채용을 유도하겠단 방침이다. 지역인재 9급 수습직원은 2012년 학력이 아닌 능력과 실력 중심의 인재 등용과 공직 다양성 확보를 위해 도입됐다. 우수한 고교 출신 인재가 공직에 진입할 수 있는 경로로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성화고 전문대 등 졸업예정자이거나 졸업 후 1년 이내인 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달 초 인사혁신처에서 발표한 2017년 국가직 지역인재 9급 수습직원 선발시험 최종합격 현황에 따르면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고교출신 합격자가 87%(148명)로 전문대학 출신 13%(22명)보다 월등히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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