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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합격수기] 제2의 라이너스 폴링을 꿈꾸는 화공학도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이찬형(천안용암초-쌍용중-충남삼성고, 2017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
  • 윤은지 기자
  • 승인 2017.11.20 13:30
  • 호수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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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충남삼성고의 원년멤버 이찬형(20) 군은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하지 않았다. 이군에게 서울대는 화학공학자라는 자신의 꿈을 위한 중간과정일 뿐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을 인생목표로 삼는다면 결국 공허함을 느낄 것 같았다는 게 이군의 생각이다. 화학이 아닌 화학공학을 선택한 이유도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과학자지만 문학적 글쓰기로 대중들의 이해를 돕는 데 앞장 선 레이첼 카슨의 책이 이군에게 큰 인상을 남긴 것도 같은 이유다. 이군의 역할모델은 현대화학의 거장이자 세계적인 반핵운동에 앞장 서 화학상과 평화상 두 개의 노벨상을 수상한 라이너스 폴링이다. 제2의 폴링이라는 꿈을 향해 오늘도 이군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화학학회에서 키운 화학공학자의 꿈>
이군은 2017학년 서울대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에 합격했다. 화학교사와 연구원.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던 이군이 학자의 꿈에 확신을 갖게 된 건 고2 여름방학 때다. 과제연구를 도와주시던 선생님의 권유로 세계화학학회(IUPAC)에 참석했다. 노벨상 수상자는 물론 기라성 같은 학자들의 강연을 보며 학자의 꿈을 굳혔다. 영어로 진행돼 내용을 완전히 이해할 순 없었지만 여러 교수들이 자신만의 연구주제에 대해 강연하는 모습에서 학자로서 열의와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언젠가 저 자리에서 강연할 모습을 떠올린 그 때가 자신의 꿈에 확신을 갖게 된 계기라고 말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얘기도 많았지만 한 한국인 교수님의 강의가 기억에 남는다”라며 말문을 연 이군은 “장애인 학생들이 과학실험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이론과 실제 상황의 차이점을 짚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이군이 생각하는 학자의 모습은 냉철하고 분석적인 과학자보단 주변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는 마음 따뜻한 과학자다. 이군은 줄곧 연구에 대한 열정을 보였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도 정성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직접 소논문 발표에도 참여했다. 충남삼성고의 ‘1인1능’ 프로젝트를 통해 천연 재료의 항산화 성분을 화학 방부제로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연구한 내용이었다. 여러 국적을 가진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연구를 발표한 경험이 학자의 꿈을 구체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영어로 모든 것을 작성하고 발표도 영어로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한 이군은 ‘고등학생이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좋은 연구라는 평가’를 받으며 자신감을 얻었다. “세계화학학회 같은 큰 무대에서 발표할 만큼 경쟁력이 있는 연구를 해보자는 목표를 세우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화학에 대한 이군의 열정은 서울대 자소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메르스가 전국을 강타할 때 이를 놓치지 않고 과제연구 주제로 연결했다. 이군이 속한 화학동아리에선 교내 위생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주목했다. 동아리 전체가 교내 세균지도를 만들어 세균분포를 파악하고 손 소독제의 성능을 시험했다. 교실을 돌며 손잡이의 세균을 채취하고 직접 배양하기도 했다. 이군은 실험보다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여러 명의 동아리원이 제각기 의견을 내다보니 연구가 길을 잃고 주제가 분산됐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제대로 연구를 진행할 수 없을 것 같아 토의를 제안했다. 다양한 아이디어의 장점을 모으고 연구방향을 단순화했다”고 말했다. “현대 과학자들은 혼자 힘으로만 연구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실생활의 문제를 직접 연구주제로 선택한 것도 흥미로웠지만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연구에선 지속적인 소통과 의견을 공유하는 과정이 필수라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이찬형

<면접 ‘자소서와 학생부를 완벽 숙지하라’>
서울대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의 선발은 서류평가와 면접으로 이뤄진다. 면접은 별도의 공통문항 없이 제출한 서류 내용과 기본적인 학업 소양을 확인한다. 수시 일반전형에선 교과지식을 묻는 면접/구술고사를 실시하지만 지균은 전적으로 학생 개인에 대해 묻는 질문이 이어지는 특징이다. 교과지식을 얼마나 어떻게 습득하고 있는지 학습수준을 가늠하는 질문이 없기 때문에 일반전형보다 적극적으로 본인을 드러내고 전공에 대한 적합성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군 역시 본인의 합격요인을 면접으로 꼽았다. 면접에서 자신을 잘 표현한 것이 합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전했다.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뛰어 학생들이 지원해 서류상으로는 비슷한 조건이었다고 생각한다”라며 “면접에서 고교 생활동안 경험한 다양한 활동과 그 과정에서 느낀 점, 내 생각을 잘 표현한 것이 합격의 가장 큰 요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화학과 화학공학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면접장의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지만 첫 질문이 꽤나 날카로웠다. 이군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답변하려 노력했다. 화학이 자연현상 자체에 대한 탐구라면 화학공학은 화학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학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연구는 화학과에서도 할 수 있지만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이군은 가치관을 묻는 질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면접관들은 자소서에 적힌 ‘침묵의 봄’을 언급하면서 연구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물었다. 평소 연구윤리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었다. 이군이 영어원서로도 읽었던 ‘침묵의 봄’은 화학약품의 안정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던 시절, 화학 물질이 자연과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헤친 내용이다. 책의 저자인 레이첼 카슨은 과학자가 연구 내용을 일상생활에 적용하려고 할 때 윤리 의식을 강조한다. “자신감 있는 답변과 연구 윤리에 대한 가치관을 설명한 내용이 합격에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균 면접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이군이 건넨 조언은 자소서에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는 점이다. 없는 내용을 부풀려서 쓰기보다는 자신의 얘기를 진솔하게 담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자소서를 수정할 때도 나만의 스토리가 훼손되지 않는 데 제일 많이 신경 썼다”는 이군은 “이야기의 큰 줄기는 건드리지 않되 나를 가장 잘 아는 선생님과 표현을 수정하거나 세부내용을 선정하는 부분에서 몇 번 상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제 막 고교생활을 시작하는 고1 학생이라면 흥미를 쏟을 수 있는 일을 찾고 고교 3년 동안 어떤 활동을 해나갈지 로드맵을 그려볼 것을 조언했다. 동시에 어떤 활동을 한다는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스스로 좋아하고 열심히 할 수 있는 경험을 쌓고 난 뒤 생각이나 느낀 점을 정리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여러 활동을 할 때마다 정리해두면 자소서를 쓸 때 그 활동이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떠올릴 수 있다는 게 이군의 설명이다.

면접 전 학생부와 자소서를 완벽히 숙지할 것도 강조했다. 내가 했던 일이라도 막상 면접장에서 질문이 들어오면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당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지난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전공을 선택한 이유나 가치관을 묻는 질문 뒤에는 봉사활동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무엇인지, 자신의 장/단점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학생부에서 고급화학 과목을 수강했다고 돼있는데 어떤 내용을 배웠는지 등 자세한 내용을 물어봤다. 학생부와 자소서에 적힌 내용을 꼼꼼히 숙지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지만 고1 때 활동내용처럼 시간이 오래 된 일들은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으니 자신감 있는 답변을 위해서 모든 내용을 자세하게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나올 수 있을법한 질문을 스스로 정리하고 떠올리는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충남삼성고여서 가능했던 활동들>
이군이 화학공학자의 꿈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건 모교인 충남삼성고의 역할이 컸다. 부산에서 열린 학회 발표에 참여하게 된 것도 과제연구를 도와주신 선생님의 권유 때문이었다. “반 친구들과 여러 번 과제연구를 해봤기 때문에 논문 작성에 대한 부담은 적었던 것 같다”며 “과제연구마다 담당 선생님이 배정돼 연구설계부터 검증까지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받았고 결과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고 설명했다.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과 같은 반이 돼 생활하다 보니 학업 측면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수월한 면이 많았던 것도 삼성고 장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통상 고교에서 인문과정과 자연과정 두 가지로 교육과정을 나누는 것과 달리 삼성고는 학생들이 진학과 진로에 적합한 역량을 보다 구체적으로 갖출 수 있도록 3계열 8과정을 운영한다. 크게 인문사회 자연과학 예술체육 세 가지 계열로 구분한 뒤 과정을 한 번 더 나눈다. 이군이 속한 자연공학계열은 자연공학 공학 IT 생명과학 등 4개 과정 중 선택할 수 있다.

학생 선택권을 존중한 자율적인 과목선택제도도 삼성고만의 특색으로 꼽았다. 원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필수로 들어야 하는 과목도 언제 어떤 수업을 들을지 학생이 직접 정한다. 대학생처럼 직접 수강신청을 해서 시간표를 짜는 셈이다. 이군은 “학생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학교 시스템 덕분에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저절로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삼성고는 수업을 듣다 생긴 의문을 친구들과 공유해 해결하도록 교내 인트라넷인 ‘큰사넷(CNSA net)’을 운영하기도 한다. 수업이 열리면 큰사넷에 과목 게시판이 생성된다. “고급화학 과목은 특히 배우는 내용이 생소하고 어려워 게시판을 많이 활용했다”고 설명한 이군은 “질문을 올리면 과목 담당 선생님이 코멘트를 해주시기도 하고 다른 학생들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혼자 공부할 때보다 배운 내용을 확실하고 뚜렷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개교 후 1기로 입학했지만 박하식 교장을 비롯한 경쟁력 있는 교사진과 우수한 교육과정 덕분에 주저 없이 삼성고를 택할 수 있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 달에 한 번 전교생이 모여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이 있었다. 무엇보다 강조한 부분이 인성이다. 대학진학도 중요하지만 인품을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며 강조해 선후배 간에도 돈독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공부만 한 학생은 아니었다. 학생회 학술부장으로 활동하면서 학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들을 기획하기도 했다. 이군은 “1기 입학생이기 때문에 학생 문화나 학생들을 위한 제도들이 잘 갖춰 있지 않았다”며 “오히려 이런 상황이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회고했다. 학생 멘토링 제도를 도입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계획대로 이뤄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와 달리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았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계획을 바꾸고 추가하는 과정에서 계획을 세우는 것만큼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가는 것의 중요성도 느꼈다”고 말했다.

<공부법, 모든 공부는 화학공부의 연장선>
이군의 꾸준함과 성실함은 같은 반 친구들이 인정한다. 소위 말하는 ‘공부 잘하는 법’에 대해 일러줄 필요도 없었다. 이군의 하루하루를 곁에서 지켜본 친구들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군이 전한 조언은 “시험문제를 보고 웃을 수 있다면 충분히 공부한 것”이라고 말한 게 전부였다. 시험은 스트레스가 아니었던 셈이다. 과목별로 따로 공부하는 게 아니라 화학공부에서 얻은 깨달음을 여러 과목에 유기적으로 적용했다. 영어 독해력과 어휘력이 저절로 향상된 것도 ‘침묵의 봄’ 같은 명저를 원서로 읽은 영향이 크다.

자신만의 공부법으로 꼽은 ‘1+1 노트’는 특히 수학과학 실력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한쪽엔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과 여러 참고서를 바탕으로 개념을 정리하고 다른 한쪽엔 모의고사나 문제집에서 틀린 내용을 적는 것이다. “단순히 개념과 문제를 적는 게 아니라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풀 때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접근할지에 대해 코멘트를 한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과목에 경계를 두지 않고 균형을 갖추려 한 점도 눈에 띄었다. 이과 학생이지만 서울대 자소서 4번 문항인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3권’ 가운데 하나로 E. H.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선택했다. 수학과학뿐 아니라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다는 이군은 “과학기술의 발달 속도를 사고능력이 따라잡지 못하는 지체 현상을 두고 자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저자의 해결책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분야의 책을 권해주신 부모님 덕분에 인문학 분야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책도 혼자 읽는 게 아니라 주변 친구들과의 관계를 최대한 활용했다. “1학년 때부터 국어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의 제안으로 스터디를 3년 정도 꾸준히 했다. ‘역사란 무엇인가’도 스터디를 통해 읽은 책”이라고 설명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읽은 영향도 있다. 카슨은 과학자지만 문학적 글쓰기를 통해 화학약품의 위험성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었다. 요즘 많이 논의되는 ‘융합형 인재’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인문학 책도 많이 읽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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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지 기자  blink@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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