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정량아닌 정성평가.. 고교별 격차 '고교 프로파일'로 파악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자율동아리가 많으면 대입에 유리할까. 최근 고교별로 자율동아리 운영 격차가 크다는 내용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자율동아리를 ‘학종 주요 평가지표’라 칭하며 자율동아리가 하나도 없는 학교는 169개인 반면, 100개 이상 운영하는 학교는 166곳이나 된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최근 늘어난 서울대 수시 합격생들의 동아리 활동 시간을 언급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자율동아리 활동 내용이 많을수록 대입에 유리한 것처럼 읽힌다. 하지만 교육계 전문가들은 학종이 ‘정량’이 아닌 ‘정성’평가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양이 많다고 해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 학종이다. 대학도 이미 학교소개서 등의 자료를 제출받아 고교별 격차를 감안하고 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동아리를 몇 개 이상 해야 합격할 수 있다거나 인기 동아리에 들어가야 합격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입을 모았다.   

보도는 모두 국회 교문위 소속 김병욱(더불어민주)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2016년 고교별 동아리 활동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근거했다.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38개 고교는 평균 39개의 자율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자율동아리가 아예 없는 학교는 169개나 됐으며, 자율동아리를 10개 이하로 운영해 학생들의 선택의 폭이 좁은 학교도 600개에 달했다. 반면 자율동아리를 100개 이상 운영하는 학교는 166곳이었다. 자율동아리가 가장 많은 학교는 285개를 운영해 학교에 따라 동아리 운영에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적성과 취미에 따라 동아리활동을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입시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학부모와 학교, 심지어 학원까지 동원돼 동아리를 만드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서울대 수시 합격자의 평균 동아리 활동시간이 2013년 68시간에서 2017년 113시간으로 45시간 증가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대에서 제출받은 ‘2013~2017학년 수시 합격자 평균 동아리 활동시간’ 자료에 따르면 2013년 68시간, 2014년 99시간, 2015년 107시간, 2016년 110시간, 2017년 113시간으로 동아리 활동시간이 매년 증했다. 동아리 활동 시간이 많아야 대입에 유리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내용이다. 

자율동아리가 많으면 대입에 유리할까. 최근 고교별로 자율동아리 운영 격차가 크다는 내용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자율동아리를 ‘학종 주요 평가지표’라 칭하며 자율동아리가 하나도 없는 학교는 169개인 반면, 100개 이상 운영하는 학교는 166곳이나 된다는 내용이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동아리를 몇 개 이상 해야 합격할 수 있다거나 인기 동아리에 들어가야 합격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입을 모았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자율 동아리 활동 많으면 대입에 유리할까>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이 담긴 학생부를 활용한 전형이 확대되면서 교과영역 못지않게 비교과영역이 중요해진 것은 사실이다. 실제 지난해 서울대 학종 우수성과 공유 컨퍼런스에선 학종으로 달라진 학교현장에 대한 증언이 이어졌다. 전남 광양의 한 고교 교사는 “학생들의 스스로 결성한 학술동아리만 올해 57개가 운영되고 있다”면서 “학생들은 관심사가 같은 친구들을 모으고 관련 교과교사를 찾아가 지도교사가 되어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학종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이 지적 호기심을 학교 안에서 해결하기 시작했다”며 학생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학교현장에 대해 설명했다.   

고교 동아리활동은 정규수업 시간에 활동하는 창의적체험활동(창체) 동아리와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정규수업 외 활동하는 자율동아리로 구분된다. 창체동아리와 달리 자율동아리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동아리를 기획해 활동한다는 점에서 적극성을 드러내는 데 용이하다. 여러 언론보도에서 자율동아리에 주목한 이유도 동일한 맥락이다. 동아리는 관련 전공에 대한 관심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같은 동아리 친구들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협동심 등 인성영역까지 평가할 수 있는 요소다. 특히 전공에 대한 관심 등 전공적합성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학종에선 교과공부 이외의 교내활동내용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다만 최근 동아리 활동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다소 과열양상으로 번지는 점은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한 고교 교사는 “교내에서 인기 동아리 오디션에서 떨어졌다고 좋은 대학에 못 가는 것 아니냐며 울상인 학생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학교 교육과정은 이미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선택지가 넓지 않은 반면, 동아리는 학생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반영해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어떤 동아리에 들어갔느냐, 얼마나 많은 활동을 했느냐보단 동아리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어떻게 심화하고 확장했느냐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자율동아리의 경우 모든 동아리를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율동아리는 학교 교육계획에 따라 학기 초에 구성할 수 있으며 심사를 통해 승인된 내용만 입력할 수 있다. 학기 중에 구성된 자율동아리 활동은 학생부에 입력하지 않는다. 

교내상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학종에 유리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자율동아리 활동이 많다고 해서 특별히 합격가능성이 높아지진 않는다. 무분별한 동아리 활동을 부추기는 것은 사교육 업체인 경우가 많다. 고교 교사들은 갯수만 늘리려 '졸속'으로 만든 자율동아리가 많아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학종은 얼마나 많이 했는가에 주목하는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올해 서울대가 공개한 ‘2018학년 학생부종합전형 안내’에서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동아리 개수보단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했는지가 주요 평가요소다. 개수는 물론 모집단위 관련 학문 분야와 반드시 일치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도 눈길을 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학종평가의 기본요소는 ‘비교과가 아닌 교과’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서울대 입학사정관을 지냈던 한 교육 전문가는 “‘학종은 활동이다’라고 말할 때 활동은 교과학습활동을 우선해야 한다”며 “비교과활동은 매우 부수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학종의 취지가 교실 수업 개선을 뒷받침 한다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는 말이다. “일례로 경시대회도 경시대회 준비를 위한 노력을 통해 학업 능력이 성장했는지가 중요하지 단순 수상결과를 중시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학교별 격차’ 고교프로파일 통해 파악>
대학도 고교별 차이를 감안한다. 올해 고려대 입학설명회를 진행한 한 사정관은 “어떤 학교는 한 학기에 1개의 동아리에만 참여하도록 제한하는 경우도 있고 어느 곳은 4~5개까지 가능한 경우도 있다. 자율동아리도 학생이 자유롭게 개설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에 개설된 범위 안에서 선택하도록 하는 곳이 있는 등 다양하다. 때문에 이 역시 각 고교로부터 학교특성소개서를 받아 특성을 파악해 평가과정에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전공과의 연관성을 가져야한다는 부담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사정관은 “동아리활동에서 평가하는 것은 동아리를 하면서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했는가 하는 부분이다. 동아리를 왜 선택했는지, 동아리 내에서 어떤 경험을 했고 성장/발전했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만의 동아리 선택 이유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자소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말했다. 고려대는 서울대와 함께 대표적으로 고교 프로파일을 활용하는 대학이다. 

올해 7월 대교협은 대학이 학종평가에서 고교 프로파일인 학교소개서를 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양식을 마련했다. 공통 고교정보 양식은 ▲고교 기본정보와 ▲교육환경 및 구성원 특성 ▲교육과정 운영 현황 ▲동아리 활동 개설 및 운영방식 ▲교내 시상내역 ▲3개년 교육과정 편성표 ▲기타사항 등이 담긴다. 특히 동아리나 수상실적처럼 고교별 격차가 큰 내용은 별도의 엑셀양식에 맞춰 제출하도록 했다. 

대학에서 학교소개서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학교별 차이를 조정하고 보완하기 위한 과정이다. 학종은 지원자를 모두 동일선상에 놓고 정량적으로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학종이 소위 ‘금수저 전형’으로 오해받고 있지만 수치화된 점수로 줄세워 선발하는 여타 전형들보다 수험생의 교육환경을 잘 고려할 수 있는 전형”이라면서 “보조자료로 활용하는 프로파일이 대표적인 예시”라고 설명했다. 고교생활을 보내는 동안 어떤 교육과정이 제공됐는지, 교내 학업과 학업외 활동의 기회가 얼마나 제공됐는지, 선택의 기회가 얼마나 있었는지 등을 평가에 감안하려는 시도다. 

<활발한 동아리 활동, 수시실적으로 연결되진 않아>
이 같은 사실은 대입실적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학교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동아리수와 서울대 등록실적 사이에 큰 연관성은 찾을 수 없었다. 다양한 동아리를 운영하는 고교가 학생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원한다는 의미는 될 수 있지만 대입실적으로 이어지진 않은 셈이다. 

전국 31개 외고 중에선 성남외고가 209개로 가장 많은 자율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서울대 수시 등록실적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전체 11명의 서울대등록자 가운데 수시는 6명이었다. 같은 경기권 외고인 고양외고는 성남외고 동아리수의 4분의 1도 안되는 40개의 자율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수시실적은 7명이었다. 29개인 안양외고는 9명의 수시실적을 내기도 했다. 국제고에선 동아리가 가장 적은 동탄이 32개를 운영하고 가장 많은 청심은 135개로 운영 숫자에선 100여개의 차이를 보였지만 수시실적은 동탄 5명, 청심 6명으로 차이가 미미했다. 과고에선 가장 많은 자율동아리를 운영하는 세종과고가 수시실적도 15명으로 최다였다. 다만 세종에 비하면 훨씬 적은 30개를 운영하는 한성과고의 수시실적도 14명으로 세종과고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국단위 자사고도 마찬가지다. 인천하늘고와 외대부고 광철고 등 3개교는 160개 이상의 자율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입실적은 차이가 크다. 지난해 인천하늘고는 6명, 광철고는 5명의 서울대 수시 등록자를 배출한 반면 외대부고의 39명에 달한다. 자율동아리가 48개로 가장 많은 3개교에 비해 3분의 1 수준인 하나고가 48명으로 가장 많은 수시실적을 낸 점도 눈에 띈다. 광역자사고의 자율동아리 현황도 많게는 175개부터 적게는 18개까지 큰 차이를 보였지만 동아리수와 실적의 상관관계는 적었다. 자율동아리가 18개로 가장 적은 양정고와 127개를 운영하는 이대부고의 수시실적은 2명으로 동일했다. 일반고에서 특목 자사고보다 많은 자율동아리를 운영하는 학교가 많았지만 서울대 실적을 한 명도 내지 못한 곳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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