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인재지형, 비평준화 지방명문고 반영.. 경기 경북 전주 서울 대전 순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국가 인재풀 시스템인 ‘국가인재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한 결과 서울대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은 모습을 보였다. 진선미(더불어민주) 의원이 최근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는 전체 29만9946명의 국가인재 중 3만7374명을 차지해 12.49%의 비율을 보였다. ‘SKY’로 불리는 고려대와 연세대까지 합산한 비율은 23.39%로 국가인재 4명 중 1명이 최상위대학 출신이었다. 압도적인 정원을 배경으로 하는 방송통신대가 뒤를 이었으며, 한양대 부산대 성균관대 경북대 이화여대 중앙대 순으로 국가인재를 많이 배출했다. 이들 상위10개대학의 국가인재 배출 규모는 총 41.29%나 됐다. 

다소 쏠림현상이 있는 출신대학과 달리 출신고교는 비평준화 지방명문고의 선전으로 상대적으로 균형 잡힌 모습이었다. 경기고-서울대를 뜻하는 KS 라인으로 명성이 높았던 경기고가 3079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비율은 1.03%로 크지 않았다. 상위10개교가 40% 이상의 비율을 보인 출신대학과 달리 상위 10개고교의 비율은 6.2%에 불과했다. 경기고 다음으로는 경북고 전주고 대전고 광주제일고 부산고 경남고 진주고 등 고교 비평준화 시절 지방 명문고들이 자리해 당시의 명문고 구도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경기고와 더불어 서울지역 명문고로 이름을 떨쳤던 서울고는 4위, 경복고는 6위였다. 

자료를 정리한 진 의원을 비롯해 일각에서는 편중 현상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교육계에선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지금은 의치한이나 특성화학과 등이 서울대 이상가는 인기를 보이기도 하지만, 현 국가인재DB의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50대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던 시절은 서울대가 단연 최고의 선호도를 보였다. 그 밑으론 지역 거점 국립대와 고려대/연세대를 두고 저울질이 이뤄지는 구도였다. 부산대 경북대가 상위에 랭크돼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고교 역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비평준화 시절 지역 명문고들이 명성을 떨치던 시절이 잘 나타나있다"라며, “특정 대학과 고교 쏠림현상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지만, 고교는 쏠림의 정도가 매우 낮은 상황이며, 대학은 다른 시선에서 이를 바라봐야 한다. 국가 차원의 인재 양성이 이뤄진 서울대에서 국가인재DB 수록 인물이 많이 나왔다는 것은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사립대학들 역시 스스로의 노력으로 인재들을 많이 배출해냈다는 점에서 교육기관이자 인재양성기관인 대학의 책무를 잘 이행했다고 봐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올해 7월까지의 국가인재DB를 분석한 결과 서울대 연대 고대 방송대 한대가 톱5를 형성했다. 고교 중에선 경기고의 국가인재 배출이 가장 많았으며, 뒤이어 경북 전주 서울 대전 순이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대학별 국가인재DB, 서울대 12.49% 1위.. 연대 고대 방송통신대 한대 순>
올해 7월까지 국가인재DB에 수록된 인물 수는 총 29만9246명이다. 이들의 출신대학을 분석한 결과 서울대 출신이 가장 많았다. 서울대를 나온 국가인재는 3만7374명으로 12.49%의 비율을 보였다.

서울대의 비율은 다른 대학을 말 그대로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뒤를 이은 2위대학, 3위대학과도 큰 격차를 보인 때문이다. 서울대 다음으로 연대가 1만6678명으로 5.57%를 차지하며 2위, 고대가 1만5942명으로 5.33%를 차지하며 3위에 각각 올랐지만, 두 대학의 국가인재를 모두 합쳐도 서울대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두 대학의 국가인재는 합산하면 3만2620명으로 서울대에 비해 5000명 이상 적었다. 

국가인재들의 현황을 놓고 보면 상위대학들의 위상은 공고했다. 통칭 ‘SKY’로 칭해지며 시대를 막론하고 수험생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3개교 국가인재 수는 6만9994명으로 전체 국가인재의 23.39%에 달했다. 국가인재 4명 중 1명은 SKY 출신인 셈이었다. 국가인재DB가 장관 공공기관장 등 공직에 빈 자리 발생 시 추천할만한 인원들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란 점을 고려하면, 향후 국가 주요 요직에 이들 대학 출신이 많이 자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위 3개대학 다음으로 국가인재를 많이 배출한 대학은 한국방송통신대(방송대)였다. 방송대 출신은 1만2875명으로 4.3%를 차지했다. 국내 최초의 원격대학인 방송대는 1972년 서울대 부설로 개교, 1982년 분리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평생교육의 산실이란 특징에 기반해 동문 수만 65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대학이다. 때문에 국가인재 배출 인원 역시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10여 년 전인 2008년의 국가인재DB 조사에서도 방송대는 SKY 다음가는 인재 풀을 자랑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방송대의 경우 동문 수가 매우 많은 것이 특징이다. 재학생 규모만도 10만명 이상”이라며, “특히 과거에는 가정형편 등으로 대학에 가지 못하고 공직에 진출한 인물들 가운데 방송대를 통해 자기계발에 나서는 사례가 많았다. 이런 인원들까지 전부 포함되다보니 방송대가 국가인재에선 항상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대가 9351명으로 3.12%를 차지하며 5위에 올랐다. 국가발전에 크게 공헌한 명성의 ‘한양공대’를 주축으로 하는 인재 풀이 탄탄한 것으로 풀이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계속해서 국가인재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단 점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한대의 국가인재 수는 4000명 이상 늘어났다. 2008년 한대의 국가인재 등록인원은 5268명이었다. 계속해서 추천인원이 누적되는 국가인재DB의 특성 상 다른 대학들도 대부분 국가인재가 늘어나는 추세였지만, 한대는 그 중에서도 오름세가 가파른 편이었다. 대규모 동문이란 든든한 뒷배를 가진 방송대와는 다소 격차가 있어 4위 자리로 올라서기는 어렵겠지만, 현재의 5위 자리를 향후에도 지켜나갈 것이란 예상이다. 

한대의 뒤를 잇는 3개대학은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였다. 부산대가 6867명(2.29%)으로 6위, 성대가 6769명(2.26%) 7위, 경북대가 6627명(2.21%)으로 8위 순이었다. 다음으로 이대가 5718명(1.91%)로 9위였으며, 중대가 5362명(1.79%)으로 톱10을 끊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부산대와 경북대다. 성대 이대 중대 등은 높은 선호도를 자랑하는 서울권 대학이란 점에서 높은 순위가 이해되지만, 부산대와 경북대는 지방에 자리잡은 여건 상 다소 선호도가 낮음에도 국가인재 DB에선 수위권에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시 사회배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국가인재 DB는 장/차관 또는 공공기관장 등 국가 주요직위 인선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배가 높은 인재들이 많이 포진해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국가인재 DB 구성인원의 상당수는 50대 이상일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 대학 진학 구도는 서울대 합격 시 서울대로 가고, 지방의 경우 지역 내 거점국립대와 연세대/고려대를 저울질하는 양상이었다. 결국 현재 선호도가 서울권 대학에 비해 다소 낮아진 부산대 경북대 등이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별 국가인재DB 경기고 1.03% 1위.. 경북 전주 서울 대전 톱5>
국가인재DB에 수록된 인물들의 출신고교를 조사한 결과로는 경기고가 1위였다. 경기고 출신은 3079명으로 1.03%를 차지했다. 고교 비평준화 시절 경기고-서울대의 머릿글자를 산업표준규격 인증마크에 빗대 ‘KS’로 부를 만큼 서울대 진학자가 가장 많이 배출됐던 고교이기에 고교 평준화가 이뤄진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단 평가다. 

경기고 다음으론 지역 명문고들이 줄지어 뒤따랐다. 경북고가 2153명(0.72%), 전주고가 2012명(0.67%)으로 나란히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경기고와 더불어 서울지역 명문고로 손꼽혔던 서울고가 1934명(0.65%)으로 4위, 경복고가 1676명(0.56%)으로 6위를 차지했을 뿐 나머지 순위는 모두 지방 명문고들의 차지였다. 5위는 최근 국제고 전환 등이 추진됐던 대전고로 1835명(0.61%)의 국가인재를 배출했으며, ‘일고’로 불리곤 하는 광주제일고가 1618명(0.54%)으로 7위였다. 다음으론 8위 부산고 1501명(0.5%), 9위 경남고 1407명(0.47%), 10위 진주고 1328명(0.44%) 순이었다. 

고교별 국가인재DB 순위는 고교평준화 이전 고교 지형도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지표란 평가다. 현재의 고교 선호도와는 다소 거리가 멀기에 당시 지역 명문고들의 위상이 더욱 부각되는 때문이다. 한 고교 교장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선호도 높은 대학이 확고히 자리잡은 대학체제와 달리 고교체제는 그간 숱한 변화를 겪었다. 비평준화에서 평준화로 한 차례 변화를 맞이한 가운데 외고/과고 등의 특목고가 대두되는 시절이 있었고, 최근에는 자사고와 과학영재학교가 인기를 끌고 있다. 내년에는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후기선발 전환이란 변화도 예정된 상태”라며, “현재는 서울과고 등의 영재학교와 한성과고/세종과고 등의 과고, 민사고 상산고 외대부고 하나고 등의 전국단위 자사고, 대원외고를 필두로 하는 외고 한일고와 같은 농어촌 자율학교의 위상이 높지만, 비평준화 당시에는 지역 내 명문고들의 위상이 높았다. 서울대 출신이 국가인재DB에 다수 포진하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서울대 진학자가 많은 고교가 국가인재DB에서도 강점을 드러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지역 명문고들은 한 해 100명이 넘는 인원들을 서울대로 보내곤 했기에 국가인재DB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교별 국가인재DB는 향후 큰 폭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인재DB가 누적 데이터긴 하지만, 고교 선호도가 추후 반영되면서 고교평준화 이후 각광받던 고교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는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이미 4년 전 대원외고의 법조인 비율이 경기고를 앞선 상태다. 국가인재DB에서도 이같은 추세가 점차 반영될 것”이라며 “서울대 출신이 많은 국가인재DB의 특성상 최근의 진학실적을 보면 향후 추세를 짐작할 수 있다. 이들 톱10고교 가운데 지난해 복수의 서울대 등록실적을 낸 곳은 5개교에 불과하다. 서울고가 21명의 등록자를 낸 가운데 경기고 13명, 진주고 4명, 전주고/경복고 각 2명 등이었다. 나머지 경북고 대전고 부산고는 각 1명의 서울대 등록자를 배출하는 데 그쳤고, 광주일고와 경남고는 아예 서울대 진학실적이 없었다. 서울고 경기고 진주고 등을 제외하면 향후 전망이 좋지 않은 편이라 볼 수 있다. 한동안 인문계열에서 우수한 실적을 내 온 대원외고를 필두로 외대부고 민사고 상산고 하나고 등으로 국가인재DB의 무게가 옮겨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교/대학 편중현상? 당연한 결과>
올해 진 의원실에서 공개한 자료는 톱10까지가 전부였다. 대학의 경우 상위 30개교의 국가인재가 총 18만4904명으로 61.79%, 고교의 경우 상위 30개교의 국가인재가 3만8401명으로 12.83%를 차지한단 사실만 밝혔을 뿐 11위부터 30위까지의 현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의원실 관계자는 “국가인재는 누적되는 자료인만큼 현재의 대학 선호도와는 다소 거리가 멀 수 있다. 때문에 모든 순위를 공개하는 것은 혼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10위까지만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수치를 놓고 ‘편중현상’이 지적되고 있단 점이다. 특히, 고교보다 대학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고교는 톱10이 차지하는 비중이 6.02%(1만8453명)로 크지 않은 편이었지만, 대학은 서울대부터 중대까지 톱10의 비중이 41.29%(12만3563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진 의원은 “국가인재DB는 국가의 핵심인력을 관리/추천하고 선임되도록 해 국가의 내일을 준비한다는 측면에서 인사혁신처 업무 중에서도 중요한 사업이다. 특정분야 편중이 심각한 만큼 불균형적인 상황들을 해소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균형적인 인재풀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대안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이같은 결과는 당연한 것일 뿐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국내 최고대학인 서울대와 수험생 선호도가 꾸준히 높았던 고대 연대 한대 성대 이대 중대 등의 국가인재 배출 수가 많은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이를 두고 편중이 심하다고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원격대학인 방송대도 평생교육시설로서 효율적인 인재육성을 해 온 모습이기에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판 대상을 잘못 지목하고 있단 반박도 이어졌다. 한 교육 전문가는 “상위대학으로의 편중을 지적하기보다 오히려 주의깊게 봐야 할 부분은 지역거점국립대다. 서울 집중현상이 날로 심화되는 가운데 예전엔 명성을 떨쳤던 지역거점 국립대들이 현재는 그만한 선호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향후 국가인재DB에서도 비중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역대학 육성에 대한 장기적 관점을 가지도록 촉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위대학들을 끌어내리는 ‘하향평준화’나 ‘역차별’ 논란이 일 정도의 과도한 거점국립대 지원은 해법이 아니다. 국가지원을 배경 삼아 방만한 운영/입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국립대들이 자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줘야 하는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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