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능될까, 절대평가논란 확대할까.'.교육계 우려 증폭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성기선 신임 평가원장을 두고 새 정부 교육공약에 드라이브를 걸려는 정부 의중이 담겼단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성 원장이 그간 수능 절대평가 지지 성향을 드러내왔다는 점에서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미 취임식에서부터 고교학점제, 고교 성취평가제, 혁신학교 등 현 정부가 내세운 굵직한 교육공약을 확대/안착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교육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성 원장은 1일 취임식에서 주요 과업들로 ‘성취평가제 안착 방안’ ‘고교학점제 정착 방안’ ‘혁신학교 지원체계 구축’ 등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실현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성 원장의 그간 행보는 진보 성향이 짙다는 점에서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는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에서 함께 활동한 이력이 있는가 하면, 이재정 경기교육감의 인수위원회 민생분과 인수위원장을 지낸 적도 있다. 직접 발표한 저작물이나 발언에서 역시 평준화 교육, 혁신학교 등 진보 진영의 정책에 대한 지지가 드러난다. 

올해 교육계에 큰 혼란을 야기했던 수능 절대평가 논란이 다시금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지적이 대두된다. 수능 절대평가는 김 부총리, 이 교육감 등 진보진영 교육계 인사들이 줄곧 주장해 온 정책이다. 이들과 성향을 공유한 성 원장이 수능 절대평가를 적극 지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2022수능 개편안에 앞서 당장 내년 수능부터 ‘물수능’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팽배하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이미 교육 현장의 극심한 반발로 도입이 무산된 수능 절대평가 문제를 다시금 꺼내들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읽힌다”며 “‘엇박자’ 수능을 초래하면서까지 개편안을 1년 유예한 의미가 무색하게 똑같은 논란을 되풀이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성기선 신임 평가원장의 취임 이후 수능 절대평가 논란이 재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고교학점제, 성취평가제, 혁신학교 등 현 정부의 교육공약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상태여서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수능 절대평가 지지 성향..수능개편안 혼란 되풀이되나>
가장 큰 우려는 수능 절대평가 문제다. 취임사에서 수능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과거 발언에서 수능 절대평가 지지 경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2013년 당시 민주통합당 전대준비위원회가 국회에서 개최한 ‘사회 정책과 민주통합당’ 토론회에 참석한 성 원장은 “내신에 의한 선발을 강화하고 수능을 자격고사화해서 최소한의 기능만을 갖도록 하겠다”고 발언했다. 수능 절대평가는 통상 수능의 자격고사화로 가기위한 징검다리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수능 절대평가 지지 입장이 드러난 대목이다. 

수능 절대평가는 김상곤 부총리가 후보시절부터 줄곧 도입을 주장해 온 정책이다. 2015개정교육과정의 도입에 따라 예정됐던 수능개편안 논의가 갑자기 ‘절대평가 도입’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 데는 교육부 수장의 정치적 성향이 반영된 결과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초 수능개선위원회가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았던 지점은 “2015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수능체제 개편이 필요하며, 통합교과 신설 등 교과목 변경으로 인한 수능과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출제유형이나 범위 위주로 진행되던 논의가 갑자기 절대평가 논의로 전환된 것은 개편안 발표를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성 원장이 그간 수능 절대평가를 지지해온 김 부총리, 이재정 경기교육감과 인연이 깊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보 진영과 비슷한 교육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부총리와는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에서 함께 활동한 이력이 있고, 이 교육감이 당선했을 당시에는 ‘교육감직인수위원회’의 민생분과인수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신임 원장이 수능 절대평가 지지 성향인 탓에 교육계는 벌써 우려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내년 8월 발표될 2022 수능 개편안에 또다시 절대평가 내용이 담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팽배하다. 현재 수능 절대평가는 교육현장의 강력한 반발로 2021수능에서의 도입이 무산된 상태다. 한 교육 전문가는 “올해 교육현장의 반발로 끝내 결정내리지 못한 수능 절대평가의 경우 평가원이 반대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성 원장의 취임은 향후 평가원이 절대평가에 긍정적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평가원의 지지를 기반으로 교육부가 ‘절대평가’ 카드를 다시 꺼내들 경우, 교육현장을 한차례 휩쓸고 간 혼란을 또다시 재현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수능 절대평가가 비판받는 가장 큰 문제는 변별력 저하다. 변별력 저하로 인해 대학별 고사를 부활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절대평가 지지자들은 학생부를 평가요소에 반영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언급하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상 ‘정시’가 아닌 ‘수시’의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입시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6일 국민모임은 “수능 절대평가는 정부에서 1년 유예할 정도로 학생/학부모가 결사반대하는 정책”이라며 “수능이 전과목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전과목이 1등급인 동점자가 1만4000여 명이나 발생해 실력을 변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물수능’ 재현되나..변별력 저하 우려>
당장 다음해 수능부터 변별력이 저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새어나온다. 이달 실시되는 2018수능의 경우 이미 문제 출제가 완료된 상황이지만, 내년 수능부터는 평가원장의 성향이 반영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그간 신임 평가원장이 경쟁을 배제하는 정책을 지지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물수능’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한다. 

통상 수능은 일정한 변별력을 갖춘 ‘적당히 어려운 시험’이 적절한 것으로 여겨진다. 너무 쉽게 출제될 경우 실수로 인해 등급이 하락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물수능’에서는 만점자가 대거 발생해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내려가는 등 수험생의 부담감이 더욱 가중된다. 등급이 대거 하락하게 되면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학생들이 속출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만점자를 배출한 ‘물수능’은 2014학년 수능이다. 무려 33명의 만점자가 나왔다. 2012학년 30명, 2015학년 29명 순으로 변별력이 대폭 낮아진 수능이었다. 

쉬운 수능이라고 해서 사교육비가 낮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한 번의 실수로 등급이 하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쉬운 수능은 경쟁을 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치열한 1점 싸움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선호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욕망이 여전한 상황에서는 ‘수험생의 학습 부담을 줄이겠다’는 주장 역시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교학점제, 성취평가제..새정부 교육공약 실현 의사> 
성기선 신임 원장은 1일 열린 취임식에서 현 정부 교육공약을 추진해 나갈 의사를 내비쳤다. 고교학점제 확대를 위해 평가원에 고교학점제 지원센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성 원장은 “보다 유연한 선택형 고교체제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교육과정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무학년, 무학점 방식 교육과정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취평가제 역시 안착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초중학교는 성취평가제를 일부 실시하고 있으므로 고교 성취평가제의 안착을 위한 다양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국민모임)’은 성기선 원장이 교육 현장에서 반대하고 있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성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모임은 “성기선 원장은 선임되자마자 교육적폐인 고교학점제, 수능절대평가 추진의사를 밝히는 등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은 살피지도 않고 민심과 동떨어진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교학점제와 성취평가제는 서로 연계된 사안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학년제를 없애고 여러 선택과목을 개설해 필요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현행 내신 상대평가제를 유지하며 고교학점제를 도입할 경우 소인수 과목은 좋은 성적을 받기가 어려워 진로/흥미와 연관된 과목이더라도 기피할 가능성이 크다. 수강인원 수에 따른 내신 유불리를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내신 절대평가제로 불리는 성취평가제 도입이 필연적이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내신을 절대평가화할 경우 ‘성적 부풀리기’로 인한 평가 신뢰도 저하, ‘대학별 고사 증가’로 연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 당국이 수능 절대평가 도입 의지를 거두지 않는 상황에서, 대입 변별력을 확보할 수단이 대거 사라진다는 우려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내신을 절대평가로 바꿀 경우, 수상 실적, 동아리 활동 등 학생부의 다른 항목을 통해 ‘줄세우기’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학부모들의 오해가 짙어질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성 원장의 내신 절대평가 지지는 평준화 교육을 옹호해온 그간의 성향과도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2001년 발표한 논문인 ‘평준화 정책과 지적 수월성 교육의 관계에 대한 실증적 검토’에서는 평준화 지역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비평준화 지역 고교보다 크게 향상됐다는 조사 결과를 싣기도 했다. 1999년 전국 인문계 고교 자연계 3학년 학생 대상으로 실시된 수능모의고사 성적을 평준화, 비평준화 지역으로 나눠 각각 2년 전인 1학년 때의 수능모의고사 성적과 비교한 결과, 평준화 지역 고교의 성적 향상폭이 비평준화 지역 대비 3점 가량 더 높아졌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평준화 교육이 학력을 떨어뜨린다고 보는 쪽이 더 우세하다.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김태종 교수가 2004년 발표한 ‘고교 평준화 정책이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실증 분석’에 따르면 비평준화 정책이 평준화 정책 대비 학업성적을 더 증가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01년 국가수준 교육성취도 평가연구 자료를 살펴본 결과 비평준화 정책이 성적 상위권 학생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평준화에 비해 성적 향상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혁신학교 지지..‘학력 저하’ 지적에 눈감나>
특히 “혁신학교 확대를 위해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발언은 혁신학교의 학력 저하 우려에 눈감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학교는 김상곤 부총리가 2009년 경기도교육감 재임 시절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김상곤 부총리가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시절부터 교육공약 전반을 설계하면서 혁신학교 역시 ‘공교육 혁신’의 모델로 전면에 등장했다.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담기기도 했다. 

성 원장은 혁신학교에 대해 이미 오래 전부터 긍정적 입장을 견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교수로 재직하던 2014년 교내 학보와의 인터뷰에서 “공교육 제도 안에서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변화를 추구하는 ‘혁신학교’가 생겼다”며 “정부에서 받아들여야 하는데 현실은 어렵다. 오히려 정부는 자본의 논리를 더 정당화시켜 특권학교의 경제적인 힘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자립형 사립고 시범운영 결과에 대한 비판적 검토’ 등의 논문을 발표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특권학교’라는 꼬리표는 진보 진영에서 자사/특목고를 비판할 때 주로 사용하는 수식어”라며 “김상곤 부총리를 위시한 진보 진영의 논리를 동일하게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혁신학교의 성과를 일반학교로 확산한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교육계에서는 ‘혁신학교의 성과’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혁신학교의 학력 저하 문제는 이미 수차례 지적된 사안이다. 교육당국 주도로 실시하는 가장 공식적인 학력 측정 잣대인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전국 고교 평균 대비 3배에 달할 정도다. 곽상도(자유한국)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혁신학교 학업성취수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초학력미달에 해당하는 혁신학교 고교생은 11.9%에 달했다. 전국 고교 평균이 4.5%에 그친 데 비하면 세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2015학년의 경우 혁신학교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7.9%, 전국 평균은 4.2%였던 데서 격차가 더 심화됐다. 기초학력미달은 학업성취도평가 100점 만점에서 20점 미만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실상 수업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거나 학업을 포기한 인원으로 분류된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을 살펴봐도 저조하긴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평가에서 혁신학교는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59.6%로, 전국 평균 82.8%를 크게 밑돌았다. 반면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기초학력 비율은 28.5%로 전국 평균 12.7%의 2배 이상이었다. 기초학력 미달 11.9%를 포함한 기초학력 이하 학생이 40.4%에 달한 셈이다. 

혁신학교의 성취도 저하 문제는 최근만의 문제는 아니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2014학년 69%에서 2015학년 67.9%, 2016학년 59.6%로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평균이 2014학년 85.2%에서 2015학년 81.8%로 줄어들었다가, 2016학년 82.8%로 다시 반등한 점에 비하면 혁신학교의 지난해 하락세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혁신학교와 전국 평균간 격차도 2015학년 13.9%p에서 2016학년 23.2%p로 대폭 늘어났다.

이에 대해 김상곤 부총리는 “기초학력미달자가 많은 학교를 우선 혁신학교로 지정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해명했지만, 혁신학교의 도입 시기가 2009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최초 등장으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까지 학력미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은 혁신학교의 학력증진 효과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셈”이라며 “원래 기초학력미달자가 많았기에 지금도 기초학력미달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김 부총리의 변명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감에서 혁신학교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옹호하고 나섰지만 신뢰도 낮은 연구결과로 비난여론을 자초하기도 했다. 혁신학교에서 학업성취도, 자아존중감 등이 높아졌다는 주장이었으나 해당 자료가 혁신고의 학업성취도를 자공고와 자사고를 합한 개념인 자율고와 비교하는 ‘꼼수’를 쓴 데다 자료 자체의 유의확률, 즉 자료의 오류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무리수임을 많은 언론에서 지적 받았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혁신학교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학교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성 원장의 발언은 성급한 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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