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 기자
- 승인 2013.10.10 17:06
- 호수 168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데는 법칙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평가자의 심금을 울리는 자기소개서는 당사자도, 그 자기소개서를 읽고 추천서를 작성해야 하는 교사도 함께 감동할 수밖에 없다. 평가자인 입학사정관들에게만 감동적인 자기소개서는 존재할 수 없다. 본인 스스로 생각할 때, 자신이 돌아본 지난 3년 간의 고교생활이 정말 알차고 소중하고 행복한 깨달음으로 충만했다면 그러한 생각과 느낌이 평가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훌륭한 자기소개서는 화려한 문장과 매끄러운 표현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거칠고 투박한 문장일지라도 자신만의 목소리로 소중한 깨달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면 그런 자기소개서야말로 최상의 자기소개서가 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수험생 여러분의 앞날에 합격의 영광이 함께 하기를 기도 드린다.
1. 때에 맞춰 살아가자
이번 2014학년 대학입시 수시모집에 지원한 학생들의 추천서만 100장을 넘게 작성했다. 그 말은 달리 말하면 100장 이상의 자기소개서를 살펴보았다는 뜻이다. 그 과정을 거치며 깨달았던 생각은 모든 학생들이 과정에 충실하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3학년이 되어서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니까. 일단 대학에 합격해야 하니까. 대부분의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진정한 합격의 비결은 매 순간 주어진 과정에 최선을 다한 학생들의 몫이다. 변하지 않는 사실이자 진리이다. 때에 맞춰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 같지만 어렵다. 체육시간에 열심히 뛰지 않고 저녁 시간에 체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며 운동장에서 열심히 뛴다. 이런 학생이 과연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고 할 수 있을까? 봉사를 하면서는 우리사회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은 봉사활동을 할 때 느껴야지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느껴서는 안 된다. 왜 안 되느냐 하면 자신도 감동하지 못하는 자소서는 평가자 역시 감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자께서 언급하신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說乎)’라는 말도 “배우되 때에 맞춰 배운 것을 몸에 익히면 또한 내면에 기쁨이 있지 않겠는가!”라는 말의 참뜻이다.
2. 매 순간 깨달음에 대해 생각하자
깨달음은 또 다른 세계를 열어준다. 3년 간의 고등학교 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과정과 활동들이 차고 넘친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수업시간이다. 매 수업 시간마다 교과목 담당 선생님과의 교류활동이 가장 중요하다. 새롭게 배우는 과정에서 무엇인가 깨달음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뿐만이 아니다. 동아리활동을 하는 시간이면 동아리활동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한다면 수시에 원서를 내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다. 그런 학생의 경우라면 정시를 통해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아리활동 시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다른 문제집을 열심히 풀고 있었다면 그 학생은 말 그대로 본인이 선택한 행동에 맞게 정시를 통해 대학에 입학해야만 하는 운명이다. 왜냐하면 입시를 앞두고 동아리활동의 의미를 작성하려 한다면 앞뒤가 맞지도 않고 정합성에서도 문제가 보이기 때문이다. 체육대회, 축제, 예술제, 학술제 등등의 모든 과정을 거칠 때마다 최선을 다하면서 내가 이 과정을 온몸으로 거치며 무엇을 깨달았는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내 삶에서 그 과정을 거치기 전과 그 과정을 거친 후는 분명 다른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다름은 발전적인 과정이자 변화된 긍정의 방향이어야 한다.
3. 깨달음을 기록으로 남기자
시간이 지나면 기억과 느낌을 재구성할 수 없다. 아무리 소중하고 의미 있는 과정에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새롭게 인식하게 된 사실과 그에 대한 깨달음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특히 자기소개서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깨달음이 없는 자기소개서에서 성장가능성과 발전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많은 학생들이 범하는 오류 가운데 하나가 바로 스펙의 나열이다. 이것도 했고, 저것도 했고 하면서 마치 줄줄이 사탕 엮듯이 나열하면서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활동을 했고 수상실적이 있다고 내세우는 자기소개서에서 과연 학생에 대한 믿음이 생길 수 있을까? 스펙의 나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하나를 하더라도 그 안에서 큰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나열할 수 있는 스펙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나열된 스펙을 관통하는 깨달음과 지적 성장의 촉매가 된 것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본인만의 진지한 성찰과 고백이다. 때로는 실패를 이야기하는 것이 더 솔직하고 긍정적인 평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 전제 조건은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산산조각이 난 실패경험일지라도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의 부족함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깨달음이 있었다면 그런 학생이 바로 성장가능성과 잠재력이 큰 학생이라고 평가 받는 것이다.
4. 모든 것은 진로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다
대학입시에서 성공의 지름길은 진로에 대한 탐색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흔히 진로탐색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진로탐색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입시의 첫 단추가 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잘 마친 학생일수록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사실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학업성취도는 최상급인데 대학에 입학한 후에 자퇴를 하거나 반수를 선택하거나 포기하는 학생들의 상당수는 바로 진로탐색에 실패한 학생들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가정경제의 손실뿐 아니라 국가경제의 손실까지 고려한다면 진로탐색에 대한 투자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또 다른 문제는 경쟁률을 보고 지원한 아이들이 내년 후년에도 행복할까? 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 수시모집에서도 경쟁률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막판에 눈치를 보면서 경쟁률이 낮은 학과에 원서를 내서 어떻게 해서라도 일단 합격을 하고 보자는 생각이 수시모집에서도 큰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 흐름이 바람직할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이런 선택을 통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정말 졸업 후 사회인이 되어서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서 보람을 느끼며 생활할 수 있을까?
5. 인생은 순간의 연속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그려야 한다
편식을 하면 건강한 신체를 기대하기 어렵다. 영양소가 균형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몸의 어딘가는 균형이 깨지게 마련이다. 고기류만 먹고 싶어서 고기만 먹는다면 비만과 각종 질병을 피하기 어렵다.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공부만이 아니라 학교생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나중에 대학이나 대학원에 갔을 때 허락될 수 있는 것이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편식을 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소양을 두루 학습하고 체험하면서 교육과정 내에서 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3학년이 되어서 자신만의 풍성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수 있다. 3학년 학생들이 곧잘 하는 말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선생님, 정말 쓸 말이 없어요”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런 부류의 표현이고 반응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하기 싫은 것이 있더라도 해보아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내가 왜 이 과정을 싫어했는지 스스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즐겁게 생각하면서 도전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만 고등학교 3년이라는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되었을 때 진정으로 아름다운 그림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떤 부분은 보기 싫어서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완성된 그림을 보며 후회를 해도 소용없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